특화 없는 지자체 ‘특화거리’… 표지판만 썰렁

입력 2016-08-31 20:54
전국 지자체들의 특화거리 조성사업이 유명무실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으나 인력과 예산 등 지원정책과 관심 부족으로 표지판만 엉성하게 내건 ‘무늬뿐인 특화거리’가 수두룩하다.

3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상권확대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특정 음식의 먹거리 골목이나 문화·산업·예술분야 상점 등이 밀집한 동네를 특화거리로 앞다퉈 지정하고 있다. 해당권역의 전통과 정체성을 살리면서 개성 넘치는 지역상권을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운영주체가 불분명한데다 지자체 지원도 간헐적으로 이뤄져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이 갈수록 늘고 있다.

맛의 고장 전남의 경우 순천 웃장국밥거리, 광양 불고기거리, 담양 죽순푸드빌리지, 함평 천지한우비빔밥거리, 영암 독천낙지거리 등 음식과 관련된 특화거리가 주류를 이룬다. 이들 거리는 전남도가 추진 중인 1시군 1남도음식거리 조성사업과 연계돼 관광객 유치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조례제정 등 지원근거가 태부족해 대부분 음식만 관광객에게 파는 먹거리 골목에 머무는 상황이다. 다양한 공연과 축제를 곁들여 독특한 지역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거리를 선보인다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광주시 중흥동 건축자재·대인동 전자·임동 자동차·운암동 공구·대인동 전자 등의 특화거리 10여 곳도 마찬가지다. 특화거리 안내판이나 조형물만 덩그러니 설치됐을 뿐 상인들의 활기를 전혀 찾을 수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기대만큼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보행환경과 가로미관 등을 감안한 지자체의 까다로운 규제에 묶여 특화거리 육성에 반드시 필요한 옥외영업 등이 여전히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역시 중동 건어물·중리동 가구·정동 한의약·목동 맞춤패션·대흥동 문화예술·부사동 인삼약초· 정동 인쇄물 특화거리 등 20여 곳의 특화거리를 지정·운영하고 있지만 일반 상가와 다를게 없어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유명세를 탄 포항 부추특화거리, 울산 웨딩특화거리, 인천 디자인특화거리 등도 상권 확대에는 여실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도시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한 특화거리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적잖게 생기고 있다.

충남 모 지자체 한우 특화거리에서는 한 음식점이 국내산 한우를 무한 제공한다고 대형 현수막을 내건 뒤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팔다가 지난 23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밖에 단순히 ‘젊음의 거리’나 ‘문화의 거리’ ‘음식의 거리’ 등 성격이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특화거리도 곳곳에서 생겨나 본래의 지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명칭만 그럴듯할 뿐 실속은 찾아볼 수 없는 ‘특화 없는 특화거리’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한 음식과 특산물 판매 또는 유사 업종이라는 기능적 한계를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해당 분야의 특화거리를 육성하기 위한 민·관·상인회간 총체적 대책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동네 고유의 특색을 살린 특화거리 육성을 최대한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