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금융지원 중단과 법정관리 신청, 핵심 자산과 인력의 현대상선 인수까지 채권단과 이사회, 정부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
채권단의 지원 불가 결정이 30일 오전에 나오자 곧바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다각적으로 대응책을 검토해 왔다”고 말했고, 31일 오전에는 한진해운 이사회가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하길 기다렸다가 해양수산부와 금융위가 동시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메우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채권단 자율협약 시한인 9월 4일까지 결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일부의 관측과는 정반대였다. 채권단과 이사회의 결정은 모두 만장일치였다. 한진해운을 사실상 해체하고 현대상선 1사 체제로 해운업을 재편하겠다는 선언을 내놓는 데 1주일도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의 분위기는 이미 냉랭했다. 한진해운이 최종자구안을 내놨을 때도 정부 관계자는 “모든 것은 채권단에 맡겨져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해운업 사태가 불거진 지난 연말과 올해 상반기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 가입 문제 등 중요한 이슈마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을 찾아 동분서주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급변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4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자율협약 신청 직전 한진해운 주식을 팔아버린 사건이었다. 임 위원장은 “위법 사실이 있으면 즉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자본시장조사단에 조사를 지시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주변에서는 무책임한 대주주를 향한 분노감마저 느껴졌다. 당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서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이런 회사를 왜 은행이 살려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여기에다 현대상선이 가입을 원했던 새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먼저 합류하고도 이를 카드로 삼아 정부·채권단을 압박하려 했던 것도 역효과를 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추가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용선료 인하, 해운동맹 가입을 표면적으로는 모두 충족시켰지만 이렇게 확보한 금액이나 한진그룹이 내놓은 돈은 회사의 운명을 돌이키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스스로 책임 있는 자구노력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채권단의 정상화 지원도 없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고통분담과 생존력 확보 노력이라는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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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대주주, 자율협약 신청 직전 주식매도 탓?
입력 2016-08-31 17:49 수정 2016-08-31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