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불량”… 北 김용진 부총리 총살

입력 2016-09-01 00:23 수정 2016-09-01 09:57

북한이 김용진(63) 내각부총리를 처형했다고 우리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김영철(71)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최휘(61)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혁명화’ 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통치’가 북한 고위층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제기된 고위층 숙청설과 관련, “김용진 부총리가 처형됐고 김영철 부장도 혁명화 조치를 받았다”면서 “최휘 부부장도 현재 혁명화 조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정부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지난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회의 때 ‘자세가 불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안전보위부 조사를 받았고, 조사 결과 김 부총리는 ‘반당반혁명분자’ ‘현대판 종파’로 낙인찍혀 지난 7월 총살이 집행됐다고 한다.

군부 출신 대남 강경파인 김 부장은 군 정찰총국장을 지내다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까지 맡으면서 정권의 실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통일전선부 권한 확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등 권력을 남용하다 7월 중순부터 한 달여간 지방 농장에서 노역을 하면서 사상 교육을 받는 혁명화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김 부장은 지난 24일 열린 ‘선군절’ 56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참석, 최근 복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 부장이 복귀해 충성심을 보여야 하는 상황인 점을 볼 때 향후 대남 강경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부장은 선전사업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지적을 받아 역시 혁명화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5월 말 지방으로 보내져 지금까지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황민 전 농업성 부상 처형설과 관련해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황 전 부상은 2010년 10월 농업상에 임명됐으나 2013년 4월 이철만 부총리에게 농업상 직책을 넘겨주면서 농업성 부상으로 격하됐다. 이후 2014년 11월 고명희란 인물이 농업성 부상으로 임명된 사실이 확인된 뒤 2년 가까이 북한 관영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시기를 전후해 황 전 부상이 처형되거나 숙청됐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관련기사 3면

정건희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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