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광기가 되살아났다. 심기를 거스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처단하는 ‘살인병’이 또 도졌다. 통일부는 31일 북한 김용진 내각부총리가 처형됐다고 밝혔다.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최휘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혁명화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서 당·정·군 고위 간부는 눈 밖에 나면 파리 목숨보다 못한 처량한 미물(微物) 신세로 전락했다.
김용진의 죄목은 ‘반당반혁명’ 혐의라고 한다. 지난 6월 김정은이 당의 최고수위에 이어 국가 최고수위에 오른 최고인민회의에서 똑바로 앉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자리에서 최고 존엄에 대한 불경을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김영철은 권력남용 혐의로, 최휘는 김정은의 지적을 받아 혁명화 교육 대상이 됐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가 무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오늘의 북한이다.
채 5년이 안 된 김정은 집권기간 동안 처형된 당·정·군 고위 간부가 100명이 넘는다. 고모부이자 2인자였던 장성택을 비롯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최영건 내각부총리 등이 김정은의 희생양이 됐다. 더욱이 올 들어 처형된 주민만 70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유례를 찾기 힘든 무자비한 살육이다. 걸핏하면 김정은에게 무릎을 꿇는 북한 권력의 핵심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처신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체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체제 유지에 자신 있고, 주민들의 동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극단적인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최근의 엘리트층 탈북 러시가 김정은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 부인, 두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주영 공사,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 러시아 주재 외교관,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잠적한 유럽 주재 외교관 등 북한 엘리트층의 동요가 예사롭지 않다.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한 김정은의 자업자득이다. 북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어떤 상황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유비무환이다.
[사설] 자세 불량하다고 부총리 처형한 김정은의 狂氣
입력 2016-08-31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