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운동 좀 그만하고 쉬어라. 너 운동 중독인 것 같아.”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의 붙박이 2번타자 김성윤(18·포항제철고)이 트레이너들에게 가장 많이 들는 말이다. 트레이너들은 그가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 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김성윤은 신장 165㎝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그의 굵은 팔뚝은 예사롭지 않다. 단체훈련이 끝나면 매일 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스스로를 채찍질한 결과물이다.
포항제철고에서 줄곧 1번타자로 활약했던 김성윤은 이번 대표팀에서 2번타자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공수주에 모두 능해 대표팀 작전수행에 안성맞춤이다. 사실 작은 체격을 가진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김성윤은 자신만의 뚜렷한 야구색깔을 자신의 매력으로 발산했다. 지난 22일 열린 KBO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는 4라운드 39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됐다.
김성윤은 “전 단 한 번도 제 키가 작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그럴 뿐이에요”라며 “야구하는 데 아무 지장 없는 걸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러면서 “사실 일상생활에서 조금 불편할 때가 있긴 해요”라며 빙그레 웃어 보일 땐 순진무구한 18세 소년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단지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남들보다 더 운동을 한 건 아니다. 그는 “다른 선수들 기준으로 운동량을 늘린 게 아닙니다. 그건 보여주기죠. 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껴서 그걸 보완하려고 한 거에요”라고 운동에 매진하는 ‘진짜’ 이유를 밝혔다. 김성윤의 성실함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김성윤이 단체 훈련이 끝난 밤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자 다른 선수들이 그를 따라 운동에 나선 것이다.
김성윤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방망이를 잡았다. 당시에도 체격이 작았고, 그의 부모님은 그런 아들을 걱정했다. 김성윤은 자신의 약점을 집요하게 분석했다.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야구를 잘한다는 18명의 고교생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어디서든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한국은 31일 대만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야구장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B조 예선 2경기에서 중국을 3대 1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김성윤은 이날 2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보내기 번트로 팀의 첫 득점에 기여했다. 전날 경기에선 필리핀을 상대로 3타수 2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다.
타이중=글·사진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키가 165㎝?… “야구하는데 아무 지장 없어요”
입력 2016-08-31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