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수천만 달러를 ‘구호’ 명목으로 뱌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에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구호단체 전문가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독립적인 청문회를 구성한 뒤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유엔이 지난 5년 시리아 내전 기간에 알아사드 정부 또는 친정부 인사가 운영하는 기업에 수천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고발했다. 시리아 정부에는 농업생산 증진 명목으로 1300만 달러(약 145억원)를 지급했고, 시리아 국방부에는 혈액확보 예산으로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건넸다. 또 구호물자 조달 및 분배를 시리아 기업에 맡기면서 5400만 달러(약 602억원)를 지원했다. 시리아 기업에는 알아사드 부인의 회사도 포함됐다.
이는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고문과 대량살상 등 인권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비난한 유엔의 행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국제단체들은 국방부에 지원한 혈액을 비롯해 많은 물품이 군용으로 전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난이 커지자 유엔은 “시리아는 위험한 곳이어서 유엔이 직접 활동하기 어렵다”며 “죽어가는 시리아인을 살리기 위해 알아사드 정부와 기업에 도움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휴먼라이트워치의 케네스 로스 소장은 “전쟁범죄자에게 구호물품 배달을 맡긴 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시리아 문제 전문가 샬만 샤이크는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반 총장이 청문회를 열지 않으면 국제적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유엔, 시리아 독재정권 거액지원 의혹
입력 2016-08-31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