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때 공장가는 길부터 걸었다. 바로 옆 학교 가는 길에는 못 갔다. 눈으로만 따라 걷기만 했지. 스물여섯 살까지 오직 한 길로. 엄마가 되어도 학교 길로 못 갔다. 자식들만 보내기만 했지. 일흔 살이 갓 넘어 이제 옆길로. 매일 가는데 재미가 넘친다. 한 순간 한 순간 꿈이 아닐까. 자꾸 자꾸 밟아보는 길이다.”
70세가 넘어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된 정송자(72·여)씨의 시 ‘학교 가는 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대구내일학교 졸업생 192명이 졸업시화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졸업생들은 9월 9월까지 반월당역 메트로센터에서 열리는 ‘나도 시인이다’ 졸업시화전에서 직접 쓴 시를 전시한다.
시화작품에는 평소 수업시간에 손글씨로 직접 적은 시와 그림으로 늦깎이 학생으로서의 감회, 지난 삶의 애환과 마음속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9월 말 졸업하는 만학도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다. 시화집은 졸업생들에게 한 권씩 선물로 증정되며, 지역 학교와 공공도서관 등에도 나눠준다. 시화전은 2014년 졸업생들부터 시작했으며, 올해가 세 번째다. 대구내일학교는 한글 등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을 위해 대구시교육청에서 설치한 초·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이다. 2011년 11월 초등과정이 처음 개설됐고, 2013년 중등과정이 개설됐다. 현재 6곳(명덕초 달성초 성서초 금포초 중앙도서관 제일중)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늦깎이 학생들, 70세에 시인 되다
입력 2016-08-31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