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교수직 중단하고 자진 입대한 박주원 일병 “군 복무는 인생 위한 값진 작전타임”

입력 2016-08-31 21:11

“군대에서의 시간은 축구나 농구의 하프타임 또는 작전타임이다.”

병무청이 31일 발표한 자원병역이행 병사 체험수기집 공모전에서 병사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박주원(사진) 일병은 군생활을 이렇게 표현했다.

육군 2사단 17연대에서 복무 중인 박 일병은 ‘31세’라는 늦은 나이에 입대했다. 그는 만 28세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뉴욕주 스키드모어칼리지 교수로 일했다. 영주권자로 시민권을 얻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올해 자원입대를 선택했다. 박 일병은 8세 때 아프리카 선교에 나섰던 부모와 함께 케냐에 갔다. 11년간 현지학교를 다니며 말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고 운동화 바닥이 닳으면 자동차 타이어 고무조각을 대서 싣는 힘든 생활을 했다. 이후 그는 전액장학생으로 선정돼 미국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많은 이들이 군에서의 시간을 버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주권 부문 우수상은 안형빈(23) 일병의 아버지 안창섭씨가 받았다. 안 일병은 한국인 아버지와 인도네시아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입대했다. 안창섭씨는 “한국군에 입대하고 싶다고 해 너무 놀랐는데 군 생활을 통해 내 조국이 아들의 조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뻤다”고 밝혔다.

질병치유·학력변동부문 우수상을 받은 해병대 이덕원(22) 일병은 키가 1㎝ 모자라 징병검사에서 4급 보충역을 받자 9개월간 자세교정을 통해 1㎝를 키워 입대했다. 병무청은 이들의 수기를 담은 수기집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6’을 발간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