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선 플랫폼’ 설계… 新DJP연합도 구상

입력 2016-09-01 00:24

‘제3지대’ 야권 개편론이 떠오르면서 대선 플랫폼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대권 구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그룹과의 관계개선, 비주류와의 연합전선, 제3지대에서의 새 판 짜기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특히 경제민주화 정책 도입, ‘1인 집권’이 아닌 ‘제도적 집권’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측근은 31일 통화에서 대선 경선 참여 가능성에 대해 “시대적 요구가 있다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대표’ 족쇄를 푼 김 전 대표는 여야 잠룡은 물론 차기 정부의 경제 내각 후보군과도 회동하며 경제민주화 실행 의지를 점검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치적 목적성을 띠기보다는 정치력을 활용해 대권 향방을 탐색하는 차원이다.

당 내부에선 신임 지도부 및 주류 진영과의 관계 개선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추미애 당대표는 “김 전 대표를 잘 모시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주류 측에서도 외연 확장 및 경제 비전 수립을 위해선 김 전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하는 측근들에게 “그래도 문재인만큼 진솔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달랠 정도였지만 4·13총선 과정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비대위 대표 임기 후부터는 유연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태도가 변모하면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말했고, 양측 간 회동도 추진 중이다. 측근들도 주류의 ‘태도 변화’ 탐색에 나서고 있어 과거 ‘DJP연합’ 같은 전략적 제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선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비주류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더민주에는 주류의 ‘차선’격인 안희정 충남지사 외에도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비주류 대선 후보가 적지 않다. 전날 ‘문재인 대세론’을 비판하며 당내 경선 참여를 공식화한 김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세론, 대세론 하니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저라도 말을 하고 나선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뛰겠다”고 했다. 다만 제3지대로 발을 돌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권을 가졌던 김 전 대표가 야인으로 돌아갈 이유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대선주자 한 명의 인기에 영합한 1인 집권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정책·제도적으로 집권할 준비가 된 ‘조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 21일 국민일보와 만나 “17대 국회에 들어왔던 것은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기 위한 바람이었다. 그때도 뚜렷한 사람은 없었고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더 적합하다고 봤던 것”이라며 “지금은 여야가 전혀 정비가 안돼 있다”고 말했다.

본인의 ‘플랫폼’ 활동에도 불구하고 1인 집권이 가시화될 경우 다른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측근은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다. 우선적으로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시대적 요구가 있다면 (대선 출마를) 굳이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권 행보에 뛰어들 경우 친문 체제로 구축된 더민주 내에 강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