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선교현장에 선 청년들] 철책 장병들과 찬양… 내 인생 가장 뜨거운 여름

입력 2016-08-31 20:40 수정 2016-08-31 21:39
신유경씨(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의 임마누엘 상승교회에서 장병들과 함께 찬양을 부르고 있다. 오른쪽은 신씨의 남동생 동화씨. 마포성광교회 제공

서울 마포성광교회(방원철 목사) 성도들은 여름 휴가철이 되면 강원도 철원으로 향합니다. 벌써 4년째입니다. ‘군(郡) 지역 내 농어촌교회를 꾸준히 섬기면서 도·농교회 간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펼치고 있는 ‘농촌교회 살리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해서입니다.

철원은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분단돼 있는 군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아웃리치가 농촌교회를 섬기면서 동시에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서도 기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일인 지난 21일 오전 7시 30분 교회 앞. 8개 아웃리치팀은 폭염 예보를 뒤로 하고 전세버스에 올라 철원지역 8개 교회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집과 교회의 거리가 멀어서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습니다. 많이 피곤했지만 설레는 마음이 피곤함을 밀어냈습니다. 첫 아웃리치인데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다섯 살 터울의 남동생까지 데리고 갔거든요.

‘하나님께서 우리 남매에게 어떤 선물을 주실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제 인생의 가장 뜨거운 여름날의 동이 터 올랐습니다.

우리 팀이 도착한 교회는 임마누엘 상승교회. 백골부대 수색대대 안에 있는 교회로 비무장지대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22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오전·오후 예배 때 준비해간 찬양과 몸 찬양을 선보였습니다. 연로하신 성도님들과 주민 분들의 갈채가 이어졌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오후 1시 예배였어요. 30명 가까이 되는 사병과 장교들이 예배당 가득 자리를 잡았습니다. 찬양 곡조에 맞춘 우리들의 율동에 장병들은 특유의 동작과 환호성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우리는 6곡을 준비했는데, 장병들도 영어 찬양을 포함해 무려 5곡이나 선보였습니다. 아웃리치팀을 환영하기 위해 한 사람씩 일어나서 각각 준비한 ‘깜짝’ 동작을 선보일 때는 탄성이 절로 터졌습니다. ‘우리를 위해 정말 많이 준비했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성과 열정이 와 닿았습니다.

찬양 곡조가 예배당 구석구석 울려 퍼질 때, 어느 순간 예배당에 있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함께 뜨거워지는 느낌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가 하나 됨을 맛보게 하셨구나.’ 감사한 마음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아웃리치를 앞두고 매일 한두 시간씩 동영상을 보면서 몸동작을 연습했던 시간들이 값진 열매를 맺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러면서도 수백 미터 앞에 북녘 땅이 있는데 철책으로 세 겹 네 겹 가로막힌 현실에 통일을 향한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새벽에 함께 길을 나설 때만 해도 주뼛주뼛하던 남동생의 표정엔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년에도 같이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에 앞서 남동생의 새 신자 생활부터 챙겨줘야 하겠습니다. 12시간에 걸친 내 생애 첫 아웃리치는 감사함과 희망과 아쉬움을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내년이 기대됩니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