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신학대 이덕주(역사신학·사진) 교수가 감신대 학장을 지낸 윤성범(1916∼1980) 교수의 ‘성(誠)의 신학(神學)’을 길 위의 책으로 추천했다. 윤 교수는 이 교수의 스승이다. 일본 도지샤대(同志社大) 신학부와 스위스 바젤대 신학부에서 공부한 후 귀국해 1946년부터 감신대 조직신학 교수를 지냈다. 유동식 변선환 교수 등과 함께 감신대의 ‘토착화신학’ 1세대로 꼽힌다. 그는 한국의 고유한 종교 문화 속에서 어떻게 기독교 복음을 해석할 것인가를 평생 연구했다. ‘성의 신학’은 윤 교수의 토착화신학 이론서다. 임마누엘 칸트의 대표작 ‘순수이성비판’을 한국 신학에 접목해 풀었다. 72년 첫 출간돼 80년대까지 발행돼오다 절판됐다. 책의 부제는 ‘한국적 신학’으로 나중에 출판된 ‘윤성범 전집’에 수록됐다. 이 책은 지금도 토착화신학 연구자들에겐 필독서다.
이 교수는 “윤 교수는 한국인 심성에는 이미 기독교적인 신학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환인 환웅 단군이 등장하는 단군신화를 삼위일체의 전(前) 이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자신의 토착화신학을 ‘감’ ‘솜씨’ ‘멋’으로 설명했다. 감은 재료, 솜씨는 재주, 멋은 결과”라며 “감은 한국인 마음 바탕, 솜씨는 기독교의 교육과 훈련, 멋은 그 결과로 빚어진 기독교”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역사신학을 전공한 계기는 스승이 고민했던 토착화 문제를 한국교회 1세대 신자들이었던 길선주 양전백 신석구 최병헌 등도 고민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다. “통성기도 새벽기도 날연보 삼일기도회 등은 서양 기독교에서는 찾을 수 없는 한국교회만의 신앙 양태였어요. 유불선 종교에 익숙했던 당시 한국교회 신자들이 자기 식으로 신앙을 표현한 것이죠.”
이 교수는 “한때 토착화란 말만 써도 종교다원주의로 몰았다. 하지만 토착화는 예배당에 있는 피아노를 몰아내고 북과 장구로 대신 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토착화는 당대 문화와 언어에 익숙해지자는 것이지, 과거로 돌아가자는 복고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나는 토착화신학을 ‘시루떡신학’으로 표현하고 싶다. 한국 종교 토양의 맨 밑바닥에는 애니미즘이 있다. 그 위는 샤머니즘 불교 도교 유교가 쌓여있고 맨 위는 기독교”라고 말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이처럼 엄청난 문화 토양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거목이 되려면 양분을 토양에서 얻으면서 뿌리를 깊게 내려야겠지요.” 이 교수는 “지금도 토착화신학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며 몇 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장례에 남아있는 3·5일장 방식이나 추도예배, 일천번제기도회, 직분의 위계질서, 헌금에 깨끗한 지폐 사용, 작정기도, 100일 기도 등이다. 그는 “건강한 신앙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복음적 신앙과 민족주의적 사회참여, 토착 문화에 대한 주체적 해석 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길 위의 책-‘성(誠)의 신학(神學)’] ‘토착화신학’ 연구자들 필독서
입력 2016-08-31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