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마련된 북한인권법이 구체적인 시행령을 확정하고 다음달 4일 시행에 들어간다. 향후 인권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북한 인권 실상을 직접 조사·기록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다만 남북관계 현실과 법안의 모호한 성격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얼마만큼 실효성을 지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30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 시행령안을 의결했다. 2005년 첫 발의 이후 11년 만에 전격 시행되는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북한 주민들을 정책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관 교류 위주의 기존 대북정책과 차별점을 지닌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인권 실태 조사 업무를 관장한다. 그동안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 민간단체에 위탁해 진행했던 실태 조사를 앞으로 정부가 직접 진행한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관련 자료 원본은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되고 법무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서 이를 관리한다. 이 기록들은 향후 북한 집권층의 인권범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 관련 각종 조사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인권 대화에 대한 정책 건의, 북한 인권 단체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재단 운영은 여야 추천 인사 각 5명과 통일부 장관 추천 인사 2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다만 법 시행이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 이사진 선정 작업조차 완료되지 않아 다음달 4일 시행에 맞춘 재단 출범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 기관으로 운영될 기록센터 역시 조직 설치를 놓고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북한인권법 관련 단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기까지는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법 적용 범위와 실효성 등을 둘러싼 논란도 남아 있다. 제3국에 있는 탈북자 포함 여부, 기존 북한 인권 실태 조사의 주체를 민간에서 정부로 바꾼 것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나 갈등 초래 가능성 등은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을 위한 남북 인권대화 추진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최악인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당분간 형식적인 문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북한인권법 시행으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함으로써 이를 통한 자체적인 인권 개선 유도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적법 절차를 거친 기록물로 인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북한 당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과 인도적 지원에 관한 연구는 재단을 중심으로, 센터는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보존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며 “법무부 인사가 파견되고 법무부로 자료가 이관되면 과거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인권실태 조사가 이뤄지고 기록이 보존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주민은 ‘보호’ 집권층은 ‘압박’… 대북 투트랙 본격화
입력 2016-08-31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