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 400조원을 넘는다. 복지·일자리 예산은 크게 늘어난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등 경제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고령화 속도와 경제 규모 성장 등에 따라 증가하는 의무지출 예산이 빠르게 늘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재량지출 여력이 줄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 400조원 시대의 그늘이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보다 3.7% 증가한 400조7000억원 규모의 2017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예산안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극복 등에 역점을 뒀다. 일자리 예산을 10.7% 늘리는 등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에 130조원을 배정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다.
하지만 400조원 지출 예산 중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 법으로 정해진 복지 분야 지출과 지방자치단체로 이전해줘야 하는 지방이전 재원 등 의무지출만 총 195조6000억원이다. 전체 예산의 48.8%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경제 상황이나 사회적 요구 등에 따라 정책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재량지출액은 내년 205조1000억원으로 올해 예산(203조8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경예산안을 포함하면(211조9000억원) 내년 정부의 재량적 지출 여력은 올해보다 더 줄어드는 셈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SOC와 산업 부문 등 투자 예산은 각각 8.2%, 2% 줄었다.
내년 국가채무는 682조7000억원이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4%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 추경안을 통해 국가채무 비율을 39%대로 유지한 효과가 1년도 안 돼 사라지고 사실상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서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 세입은 올해보다 18조9000억원 늘어난 241조8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국민 1인당 약 626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셈이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예산 400조원 시대… 복지비 사상 최대
입력 2016-08-31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