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지원해봤자 밑빠진 독…완강한 채권단

입력 2016-08-30 18:05 수정 2016-08-31 00:43

채권단이 30일 한진해운에 신규 자금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추가 지원을 해도 한진해운의 부족한 자금이 줄지 않고 되레 부실만 더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지목한 것은 한진해운이 안고 있는 6500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무다.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용선료나 항만이용료 등이다. 채권단은 이 빚은 한진그룹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상거래 채무는 대다수가 해외 이해관계자여서 이를 놔두고 신규 자금을 투입하면 기업가치 제고에 활용되지 못하고, 이 빚을 갚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율협약을 지속하려면 올해 부족 자금 8000억원 중 채권단이 6000억원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 자금이 고스란히 해외 용선주나 해외 항만하역 업체에 전달된다는 게 채권단의 지적이다.

채권단은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내년까지 한진해운에 부족한 자금이 1조∼1조3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중 대한항공을 통한 지원액 2000억원(총 4000억원)은 내년 7월에야 가능하고, 1000억원 추가 지원은 구체적 계획 없이 문구만 들어갔다. 해운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면 한진 측의 자체 자금 여력도 바닥나 채권단이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산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 없이 자구노력으로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한진해운도 동일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정관리행을 유예한 자율협약이 공식 종료되는 시점은 다음달 4일이지만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내 해운업계 재편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금융 당국 및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해운업계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합병하는 게 좋다”면서도 “다만 합병을 하려면 한진해운의 원가구조 개선 등이 필요한데 채권단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진해운이 취급해온 화물은 “해외로 빠져나갈 수도 있겠지만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하이투자증권 하준영 연구원은 말했다.

백상진 나성원 기자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