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손녀에 질투 나서… 성형 부작용에 앙심 품고

입력 2016-08-31 00:05
인스타그램의 사생활 폭로 계정인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에 올라온 내용들.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폭로 내용이 일반인들의 신상 정보와 함께 유포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20대 중반 여성 A씨는 지난 6월 ‘강남패치’에서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발견했다. 강남패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젊은 여성들의 신상 정보와 근거 없는 사생활을 폭로하는 계정이다. 강남패치에는 지난 5월부터 한 달 동안 여성 100여명의 개인 신상 정보와 자극적인 폭로 글이 올라왔고, 이 사진과 글들은 다른 사이트나 SNS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강남패치는 SNS에서 캡처한 A씨의 사진과 함께 ‘밤마다 유흥업소에서 번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다. 회사에서도 남자 직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는 설명을 올렸다. A씨의 이름과 사진, 회사명은 맞지만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었다. A씨는 “아예 저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친구들로부터 ‘괜찮냐’는 연락이 이어졌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A씨의 친구들에게 ‘이게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A씨는 강남패치 운영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운영자는 뻔뻔했다. 피해자들의 신고로 계정이 정지되자 다른 계정을 만들어 ‘거짓 폭로’를 이어갔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캡처해서는 “홍보해줘서 고맙다”고 글을 올렸고 피해자들에게는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날 고소하라”며 맞섰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으로부터 강남패치 운영자의 가입 정보와 IP 내역 등을 받아 지난 27일 운영자 정모(24·여)씨를 검거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정씨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클럽에서 모 기업 회장의 손녀딸을 보고 질투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서울 강남 일대의 클럽을 자주 가던 정씨는 클럽에서 지인들에게 들은 얘기를 강남패치에 올리기 시작했다. 주로 클럽에 자주 오는 일반인 여성들에 대한 뒷소문들이었다. 자극적인 내용이 인기를 끌자 익명의 제보들이 이어졌다. ‘폭로’에 재미를 느낀 정씨는 확인 없이 제보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올렸다.

강남패치가 유명해지자 이번에는 일반인 남성들을 주로 폭로하는 ‘한남패치’도 생겨났다. 지난 6월 생긴 한남패치는 주로 ‘OOO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식의 글과 개인 신상 정보들을 올렸다. 피해 남성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 25일 한남패치 운영자 양모(28·여)씨를 검거했다.

양씨는 ‘남성에 대한 불만’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지난 2013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부작용을 겪은 양씨는 “나를 수술한 의사처럼 겉과 속이 다른 비양심적인 남자들을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병원과 3년 동안 법적 공방까지 벌인 양씨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패치 운영자 정씨를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공범 B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도 한남패치 운영자 양씨를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한남패치에 올라온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피해자들에게 삭제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혐의(공갈 미수 등)로 김모(2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신상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올린 ‘오메가패치’ 운영자도 추적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