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정국에서만큼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결정을 앞두고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화하겠다고 공언했던 추미애 대표는 30일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흔적 지우기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 대표는 30일 민주정책연구원이 국회에서 연 ‘한반도 사드 배치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여기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토론 한번 이뤄진 적이 없다”며 “국민은 영문도 모르고 여론조사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원인은 북한에 있지만 외교·안보적으로 어떻게 극복할지는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후 기자들이 당론 채택이 연기됐는지 묻자 “그동안 토론의 장이 없었다. 더민주가 그것을 하는 과정”이라고만 했다.
당 정책위원회는 31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사드 관련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다음달 1일로 미뤘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특강에서 “내년 말까지 한반도 배치를 못하도록 필리버스터라도 해야 된다”며 더민주를 채근한 대표적인 사드 반대론자다. 토론회 연기를 추 대표가 지시했다는 말도 나왔지만 추 대표 측은 부인했다.
토론회 다음날인 2일엔 당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인 만큼 사드를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려면 의원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아직 의총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의총이 소집된다고 해도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더민주 관계자는 “현재 사드 배치 찬성 대 반대 의견이 7대 3 정도”라며 “새누리당이 사드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자마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 9월 국회는 시작부터 사드 국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더민주, 사드 반대 당론 이상기류
입력 2016-08-31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