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공여 진술하면 리베이트 수사 중단” 생산업체 사장 회유한 검찰

입력 2016-08-31 00:06
검찰이 피의자를 회유해 모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재판장 마성영)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54)의 항소심에서 벌금 60만원과 추징금 13만6000원을 선고한다고 30일 밝혔다.

강원도 내 모 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 A경위는 2013년 12월 특수밸브 생산업체 대표인 B씨(50)로부터 현금 300만원과 13만6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13년 11월 13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명세에 대한 해명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거래처 전화번호 확인을 위해 B씨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중 A씨가 보낸 ‘지금 어디세요’라는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 발송자는 A경위였고, 이들은 같은 해 4월 B씨가 낸 고소사건의 담당 경찰과 고소인 관계였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모두 확인했다.

검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B씨의 리베이트 수사를 뇌물공여 사건으로 전환했다. 검찰은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하면 리베이트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B씨를 회유했고, 결국 B씨는 현금과 향응 등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렇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이들을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내역 확인은 영장 없이 이뤄진 압수수색과 다를 바가 없어 증거능력이 없고 검찰의 회유 이후 이뤄진 자백도 증거 능력이 없다”며 “향응 수수는 고소인과 수사 담당 경찰관으로 처음 만난 점 등을 미뤄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과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모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