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작처럼 그 끝도 하나님에게 속한 거룩한 시간이다.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망각한다. 김영봉(58·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목사는 저서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에서 "죽음은 피해야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앞에 가기 위한 통로"라고 말한다. 책은 그가 10여 년 동안 해온 장례 설교 중 16편의 사례를 모은 것이다.
온화한 얼굴의 김 목사를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린 죽음이란 주제를 회피해요. 현대 문화가 우리에게 속임수를 쓰기 때문이죠. 의학이 발전하면 우리가 아프지도 않고 심지어 200년까지 살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교회에서는 축복, 성공, 번영을 강조하면서 죽음을 망각하게 하고, 죽음을 하나님의 질서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훈련을 하지 않습니다.”
죽음 앞에서 떨지 않으려면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사도 바울의 편지를 보십시오. 질병의 고통과 육신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직설적으로 이야기 합니까?” 책 속에는 아이를 낳다 숨진 젊은 산모, ‘목사님이 계실 때 내가 죽어야 목사님이 장례를 해주실 텐데…’라며 죽음을 담담히 바라보는 노인, 후진하는 아내의 차량에 치여 비명에 간 남편 등의 이야기가 있다.
김 목사는 애통한 죽음 앞에서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이 비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신앙이 없던 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장례에서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이 영혼을 받아 달라’고 한다. 김 목사는 고인이 남긴 성경이나 편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의 죽음을 오래도록 묵상한 뒤 설교문을 작성한다. 헌시를 쓸 때도 많다.
“장례는 고인을 위해 제가 하는 마지막 봉사입니다.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합니다. 목회자로서는 하나님의 임재를 제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생명의 탄생만큼이나 그 영혼이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도 신비롭습니다.” 그래서 그는 후배 목사들에게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설교는 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고 그 인생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읽어낸다. “저희 교회 교인들은 장례 예배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예식 후 설교 원고를 부탁하는 분들도 있고 책으로 보고 싶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 책을 낼 용기를 얻은 이유지요.”
김 목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병에 걸렸을 때는 치유를 위해 기도해야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믿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갈 것을 구해야 합니다. 믿음은 죽음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능력도 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죽음을 ‘영원의 시각’에서 볼 것을 권유한다.
“이파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나무로선 잎을 하나 잃는 것이지만 숲 전체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지상에서의 죽음만 본다면 큰 상실이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본다면 상실도 아니고, 끝도 아닙니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고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렵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두려움을 뛰어넘는 게 아니라 통과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을 통과한 뒤 하나님 앞에 서야 합니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김 목사는 빙긋 웃었다. “죽음을 위한 가장 좋은 준비는 매 순간 하나님 앞에서 참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는 일, 지금 만나는 사람, 바로 지금 이 시간을 그렇게 살다보면 하나님이 각자의 삶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죽음을 준비해주시지 않을까요?”
성남=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저자와의 만남-김영봉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목사] "죽음, 두려워도 하나님께 가는 통로임을 기억해야"
입력 2016-08-31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