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의 계절… 전국 곳곳이 미술관

입력 2016-08-31 17:37
광주비엔날레 2016/ 도라 가르시아 작,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 설치작품.광주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미디어시티 서울 2016/ 프랑스 피에르 위그 작, ‘인간 마스크’. 필름, 컬러, 스테레오,사운드.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폭염이 마침내 고개를 숙였다. 이제야말로 문화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9월부터 가을 내내 전국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서울·부산·광주·청주·대구·창원·안양 등지서 미술축제인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가 잇따라 개최된다. 광주에선 5·18민주화운동 항쟁거점이었던 녹두서점이 재현되고, 부산에선 버려진 공장이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청주에선 금속활자 직지의 가치가 현대미술로 재해석된다. 서울은 미디어아트, 대구는 사진 중심의 전시가 열려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비엔날레의 대명사 광주비엔날레(2일∼11월 6일)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비엔날레의 간판이다. 스웨덴 출신의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등지에서 27개국에서 온 97개 팀 119명 작가가 영상, 설치, 평면,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2011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참여작가인 도라 가르시아, 2015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참여작가인 필립 파레노, 2012 카셀도큐멘타 참여 레바논 작가인 왈리드 라드 등 세계적 스타 작가들이 참여한다. 2013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은 정은영과 옥인 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을 비롯해 박보나, 차재민 등 국내 작가도 ‘핫’하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협업과 지역밀착형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는 것이 기존과 차별화된다. 도라 가르시아는 1980년의 뜨거운 기억을 간직한 녹두서점을 재현한 설치 작품을 내놓고, 스톡홀름 기반의 구닐라 클링버그는 풍수지리와 오행, 산을 연계한 작업을 의재미술관에서 보여준다.



폐공장이 전시장으로…부산비엔날레(3일∼11월 30일)

윤재갑 전시감독(중국 하우아트뮤지엄관장)은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큰 주제 하에 전시를 이원화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을 다루는 ‘프로젝트 1’에서는 1960∼90년대까지의 각국에서 태동한 실험미술을 선보인다. 중국은 문화대혁명부터 1995년 천안문사태까지 저항과 갈등의 시기를,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전위예술을 다룬다. 한국은 단색화의 그늘에 가렸던 1960∼80년대 개념예술, 해프닝 등을 소개한다.

90년 이후에 대두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을 다루는 ‘프로젝트2’가 사실상 본전시인데, 전시 장소가 압권이다. 폐기된 고려제강 수영공장 3000평 전체 부지가 전시장으로 쓰여 화이트큐브(4각의 흰색공간)를 벗어난 전시 미학을 선보인다. 중국의 팡뤼쥔, 프랑스의 오를랑 등 23개국 121명(팀)이 참가한다.



최신 미디어아트…‘미디어시티 서울 2016’(1일∼11월 20일)

서울시립미술관 주최로 서소문 본관과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열린다. 올해의 전시제목 ‘네리리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예술감독 백지숙)는 상상 속 화성인의 말로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서 땄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언어를 표현한 것이다. 전시는 전쟁, 재난, 빈곤 등 원치 않는 유산을 어떻게 미래를 위한 기대감으로 전환시킬 것인가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김희천, 이미래, 한묵,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휴고 보스 상을 받은 프랑스의 피에르 위그, 올해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여작가인 아르헨티나의 에두와르도 나바로 등 23개국 61명(팀)이 참가한다. 예년에 비해 젊은 작가와 여성 작가, 아프리카와 중남미 작가 비중을 높였다.



직지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다…청주 ‘직지코리아’(1∼8일)

직지심체요절은 금속활자로 찍어낸 세계 최초의 책이다. 직지의 고장 청주시가 ‘청주직지축제’를 국제적 행사로 격상시킨다는 야심 찬 선언을 하고 시작한 첫 행사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승민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았으며, 국제행사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11개국 35명(팀)의 작가가 참가했다.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인 이스라엘 출신의 론 아라드가 참여해 서책을 뒤집은 모양의 파빌리온을 제작했다. 영국 설치 작가 에이브 로저스는 공간연출을 맡았는데, 전시하기 쉽지 않는 청주예술의전당의 로비와 실내외 전시 공간이 그가 선정한 강렬한 빨간 인테리어로 시선을 붙잡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존하는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의 애니메이션 오페라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작가로는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사진작가 배병우, 설치미술가 최정화 등이 참여했다.

이밖에 창원조각비엔날레(9월 22일∼10월 23일), 대구사진비엔날레(9월 29일∼11월 3일), 공공미술 트리엔날레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10월 15일∼12월 15일) 등이 잇따라 열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