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다. 한국어를 전공한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외국어학원 쉬융빈(55·사진) 원장이 처음 한국인을 본 것은 베이징대 조선어(한국어)학과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인 1989년이었다. 당시 쉬 원장은 박경리 소설가와 강만길 교수 등 한국 작가단의 안내를 맡아 동북 3성을 둘러봤다.
그는 “처음 한국어를 전공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북한이 대상이었다”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을 가르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51년 베이징대에 처음 한국어학과가 설립된 뒤 65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 한국어학과가 있는 대학은 100여개로 늘었다. 쉬 원장은 “지금이 어느 때보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30일 외국어학원 원장실에서 만난 쉬 원장은 ‘한국어 통번역학회’ 설립 준비로 바빴다. 한국어 통번역 과정이 있는 20여개 대학 교수들은 최근 학회를 설립키로 하고 쉬 원장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한국어 학회는 영어와 일본어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한국어는 국가가 인증한 통번역 자격시험이 없어 사실상 통역자는 무자격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며 “학회가 만들어지면 인가를 받은 자격시험을 출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어가 전성기를 맞은 것은 양국 경제교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류의 영향도 크다. 대외경제무역대 스젠쥔 총장은 최근 교직원대회에서 재학생의 출결 문제를 언급하며 “학생이 수업을 빼먹는 이유는 남학생은 게임, 여학생은 한국 드라마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두 12개국 언어의 학과가 있는 대외경제무역대 외국어학원에서 한국어 전공자가 원장이 된 것은 한국어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
대졸자 취업난이 심한 중국에서 한국어 전공자의 취업 걱정은 남의 얘기다. 쉬 원장은 “현재 한국어 통번역대학원 졸업생이 매년 40명 정도인데 상무부, 외교부 등 정부부처나 국유기업, 한국 기업에 모두 취직된다”면서 “한국어 전공자는 최소 10년은 취직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로 한·중 갈등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쉬 원장은 “중국과 한국은 서로 필요한 관계”라면서 “일본과는 더 크게 싸웠지만 큰 문제없이 지나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쉬 원장은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아버지와 경북 안동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선족이다. 한국어를 전공한 부인도 현재 베이징어언대 동방어문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베이징=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인터뷰] “한국어 전공자, 10년간 취업 문제 없을 것”
입력 2016-08-31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