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선교현장에 선 청년들] 청년들 땀으로 일군 ‘명곡리의 축복’

입력 2016-08-30 21:15
지난달 21∼24일 충남 금산 제원면 명곡리 명곡교회로 선교여행을 떠난 손민지씨가 마을 어르신의 머리를 손질해 준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손민지씨 제공

서울 소망교회 청년부는 매년 7월에 선교여행을 떠납니다. 올해도 지난달 21∼24일 충남 금산 지역의 6개 교회로 200여명의 청년들이 흩어져 하나님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저는 매년 해외선교와 국내선교를 번갈아 가는데, 국내선교가 심적으로 더 부담이 됩니다.

한국사회에선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측면도 있고, 시골마을은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분들께 새로운 것을 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는 제원면 명곡리 명곡교회(백종학 목사)에 갔습니다. 비탈길에 세워진 크고 견고한 교회입니다. 매일 새벽 5시에 드리는 새벽예배 말씀은 새벽일을 나가시는 어르신들의 하루 첫 마음의 양식입니다. 저희 청년들도 함께 새벽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이 만들어 가실 ‘명곡리의 기적’을 기대했습니다.

금산은 원래 인삼으로 유명하지만 이 지역은 약초를 더 많이 재배합니다. 농촌 어르신들은 농사일을 하시다가도 저희를 보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첫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사역이 시작됐습니다. 의료팀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봤고, 안마팀은 지친 주민들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습니다. 미용팀은 어르신들의 머리를 예쁘게 손질해 드렸죠. 저희는 5∼6명씩 팀을 꾸려 집집마다 방문해 할머니 할아버지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들의 삶으로 한걸음씩 들어갔습니다. 낯선 이들에게도 사과 한 바구니를 내어주는 것이 시골 인심인가 봅니다. 우리는 그분들께 보답해 드릴 것이 하늘나라의 삶이라 믿고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기도했습니다.

이번 금산 선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노인대학을 열고 동양화, 건강 박수 수업 등을 했습니다. 색칠공부를 하실 때는 “나는 이런 거 못 혀∼” “이 나이에 무슨 그림이여∼”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즐겁게 색칠을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서 마음 속 떨림을 느꼈고, 조심스레 입을 열어 이렇게 여쭤보았습니다. “할머니, 제가 이렇게 할머니와 같이 그림 그리는 이유를 아세요?”

할머니는 옅은 미소와 함께 따뜻한 손을 제 손 위에 포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알지. 예수 믿으라고, 교회 가라고 그러는 거, 맞지?” 순간 닫혀있던 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감사가 흘러 나왔습니다. 하나님이 지금 이 순간 함께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사역이 더 기대가 됐고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뜨거운 태양 아래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마을잔치를 열고 정성껏 닭죽을 만들어 대접해 드렸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뜨거운 가마솥 불 앞에서 음식을 준비할 땐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우리 소망교회 청년들과 어르신들은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우리는 기대감을 갖고 주일예배를 준비했습니다. 교회를 안다니시던 어르신들이 처음 예배에 나오신 것을 보고 어르신들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곤 하나님께서 금산 땅에 있는 명곡교회를 바라보고 계시고, 이번 선교여행에서 우리와 함께 동행하신 것을 감사드린다고 고백했습니다.

정리=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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