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 “잊혀진 ‘최초 여성 소설가’ 복원하고 싶었어요”

입력 2016-08-30 20:43
소설가 김별아(왼쪽 사진)와 신작 ‘탄실’ 책표지. 해냄출판사 제공

최초의 자유시는 주요한의 ‘불놀이’, 최초의 서사시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 최초의 신소설은 이인직의 ‘혈의 누’…. 국어시간에 배운 한국 근대문학사에 획을 그은 이름들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는 누굴까.

탄실(彈實) 김명순이다. 소설가 김별아(47)씨가 신작 장편소설 ‘탄실’(해냄출판사)을 통해 지난 100여년 동안 잊혀졌던 그 이름을 불러냈다. 작가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녀는 문단의 냉대와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정당한 문학적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한국 근대문학의 화려한 무대 뒤꼍에 유폐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은 사료를 뒤집고 다시 보면서 특히 미실(소설 ‘미실’), 정순왕후(‘영영이별 영이별’), 어우동(‘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같은 가부장 사회 속에서 곡해됐던 여성들을 조명해온 작업 의 연장선에 있다.

평양 출신의 김명순은 1917년 문예지 ‘청춘’의 소설 공모에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당선돼 등단했다. 심사위원 이광수의 극찬을 받았고 여성작가로서는 처음 소설집 ‘생명의 과실’(1925)을 출간했다. 100편에 가까운 시와 약 20편의 소설, 에세이, 희곡까지 고루 남겼고, 매일신보 기자로도 활동했던 자의식 강한 신여성이었다.

소설 ‘탄실’은 김명순이 남긴 시와 소설, 희곡과 수필을 다양한 조각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구성 방식을 취했다. 김명순이 쓴 소설 구절을 문장 속에 배치하기도 했다. 작가는 “올해는 김명순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라며 “제 졸고가 김명순의 불우한 삶과 쓸쓸한 죽음을 기억하고 위로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고 밝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