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놈만 쓴다… 김성근 고집에 또 줄부상

입력 2016-08-30 18:28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한 TV 해설위원은 한화 이글스의 불펜 투수 운용에 대해 “김성근(사진) 감독은 몇 명의 투수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수들만 계속해서 경기에 투입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불펜 투수로 권혁과 박정진, 송창식을 줄기차게 투입했다. 올해는 이들 외에 심수창까지 붙였다.

투수 운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은 ‘혹사’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투입하는 모양새다. 특히 크게 이길 때나 크게 질 때에도 어김없이 ‘믿는’ 투수만 마운드에 올린다.

권혁과 송창식은 올 시즌 나란히 66경기에 나왔다. 29일까지 한화가 116경기를 치른 것을 감안하면 두 경기에 한 번 이상 등판한 것이다. 권혁은 등판 횟수와 불펜 이닝(95⅓이닝), 투구수(1654개) 등에서 모두 리그 1위다. 송창식은 불펜이닝(94이닝), 투구수(1638개)로 권혁 바로 뒤다. 반면 같은 불펜 투수인 이동걸은 5이닝, 송신영은 12⅔이닝을 던졌다. 이들이 부상으로 1, 2군을 왔다 갔다 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믿는 투수와 믿지 못하는 투수에 대한 편차가 너무 크다.

실제 지난 28일 SK전에서 김 감독은 7-1로 크게 앞서던 7회 심수창과 박정진, 정우람을 차례로 투입시켰다.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고 있을 때 불펜의 과부하를 막고 신인급 선수들을 투입해 실전 경험을 쌓는 다른 팀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연투도 심각한 수준이다. 권혁은 2년간 34번, 송창식은 33번의 연투를 했다. 심수창은 2주 전 5연투까지 했다. 이에 보다 못한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하는 말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제 기억 속에 그 (열정 넘치는) 야구 선배의 모습으로 남아 주셨으면 한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SK 와이번스 사령탑 시절 벌떼 마운드 운용으로 ‘왕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당시 SK에는 훌륭한 불펜 투수들이 많았다. 반면 현재 한화에선 신인급 투수가 거의 전멸한 상태다. 스프링캠프 때 육성이 제대로 안됐다는 얘기다.

이런 비난에도 무릅쓰고 ‘믿는’ 선수만 줄기차게 기용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너무 좋지 못하다. 지난해 후반기 한참 순위전쟁이 벌어질 때 권혁과 박정진이 쓰러져 결국 한화는 6위로 가을야구행 티켓을 놓쳤다.

올 시즌도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권혁이 지난 주 팔꿈치 염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마지막 희망이던 송창식마저 29일 팔꿈치 통증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송창식은 31일 정밀 검진을 받는다.

한화는 현재 7위로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LG 트윈스와 3게임이나 벌어져 있다. 한화에게 남은 경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