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세트가 처음 나왔던 초창기에는 밀가루나 설탕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중저가대 가공식품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자 편의점 PB(자체 개발 브랜드) 상품까지 명절 선물로 등장했다.
추석을 앞두고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중저가이면서도 실용적인 가공식품 선물세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공식품 선물세트 시장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6300억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성장한 수치다.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실용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최근 자사 홈페이지 회원 19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앞두고 ‘1만∼4만원대’ 중저가 선물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83.7%(1602명)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스팸 등 캔햄 선물세트, 복합 선물세트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613명(32%)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선물세트가 등장하기 전인 1950년대에는 끼니를 챙길 수 있는 먹거리가 가장 큰 명절 선물이었다. 직접 재배한 쌀이나 달걀, 찹쌀, 고추, 돼지고기, 닭 등을 주고받았고 1960년대에는 밀가루, 설탕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소재 식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1970년대에는 식용유와 조미료가 명절 선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커피세트도 등장했다. 1980년대부터 참치캔과 통조림, 캔햄(스팸) 선물세트가 명절 선물로 사랑받았고 어린이를 위한 과자 선물세트도 있었다.
1990년대 이후 고급 과일이나 정육세트, 100만원이 넘는 굴비 등 값비싼 제품이 인기를 끌다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용적인 선물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4만원 이하 커피세트나 통조림, 샴푸, 양말 등 저렴한 상품이 대표 명절선물 상품이 됐다. 2010년 이후로는 불황이 장기화되며 2만∼5만원대 중저가 가공식품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 올해까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 선물세트의 경우 지난 3년간 판매량이 연평균 약 10% 상승했고 지난 추석에는 명절이 시작되기도 전에 출고율 100%를 달성해 추가 물량을 생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역시 스팸의 경우 지난 추석보다 약 20% 성장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백화점과 대형마트, 호텔 등이 잇따라 선물세트를 내놓은 데 이어 편의점도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 판매전에 가세하고 나섰다. CU는 혼자 요리를 하거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과 제휴해 주방용품 31종과 생활가구 등을 추석선물로 선보일 예정이다. GS25는 올해 처음 LG생활건강과 손잡고 PB 두피관리 상품으로 구성한 ‘유어스 행복선물세트’ 등을 명절 선물세트로 내놨다. 세븐일레븐은 기존 명절 상품과 차별화한 가방 등 중소기업 우수 상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땐 그랬지”… 명절 선물엔 역사가 있다
입력 2016-08-31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