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만난 지금은 행복 그 자체” 남이장군 후손·北김책대 교수 아들 방한

입력 2016-08-30 01:08
남이장군 19대 후손이자 남승범 전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왼쪽)가 이복 여동생 남율주씨와 함께 29일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을 찾아 방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남 교수는 30일 경기도청에서 ‘지리학자로서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에 대해 강의한다. 뉴시스

“지금 이 순간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남이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남승범 전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Kamen Nam·59)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지리학 및 국가안보학)가 29일 방한해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복 여동생 남율주(49·가명)씨와 감격의 포옹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 교수의 아버지가 재혼해 낳은 1남 2녀 가운데 한 명으로 2007년 서울에 정착한 탈북녀인 동생 율주씨는 “탈북 후 한국에 살면서 3년간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오빠의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에 ‘같은 핏줄’이라는 진한 정을 느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남 교수의 가정사에는 남북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남 교수는 198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62세로 숨진 고 남승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와 불가리아인 예카테리나 소피아국립대 교수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이다.

아버지 남승범 교수는 한국전쟁 직후 부상당한 군인들을 요양과 교육 목적으로 동유럽 여러 국가에 보내는 혜택으로 불가리아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유학생활을 하던 중 아내 예카테리나씨와 만나 남 교수를 낳았다.

남 교수가 두 살이 되던 1959년 남승범 교수는 귀국 명령이 떨어져 평양으로 복귀하면서 이산가족이 됐다. 남 교수 어머니 예카테리나씨는 아버지와 재회를 위해 어렵게 북한을 방문해 극적인 재회를 했다. 하지만 부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 남승범 교수는 대학교수 자리까지 빼앗기는 등 고초를 겪게 됐다. 남편의 고통을 볼 수 없었던 예카테리나씨는 2년 만에 홀로 불가리아로 복귀했고 남 교수도 아버지와 영영 이별을 해야 했다.

남 교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헤어지기 직전 두 살 때 아버지와 찍은 사진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후 남 교수가 들은 아버지 소식은 교수로 활동하면서 재혼해 1남 2녀를 두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복형제 가운데 둘째 여동생을 이날 만났다.

남 교수의 이번 방한은 지난 5월 불가리아를 방문한 남경필 경기지사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남 교수의 가족사를 듣고 제안해 성사됐다.

남 교수는 30일 오전 9시부터 ‘제315회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 강사로 나서 ‘지리학자로서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에 대해 강의한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