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大國 어쩌다… 졸업이후 역량 저하 OECD 최악

입력 2016-08-30 00:03

한국이 가진 최고의 자산인 ‘사람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학생 때만 해도 다른 국가보다 역량이 높다고 평가받은데, 막상 졸업 이후에는 급속도로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인적자본 저하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4차 산업혁명인 지능정보사회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 분야 인력과 직업 생태계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청년층의 취업난과 일자리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인적 역량을 성숙시킬 기회마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취업난이 능력개발 저하로

29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내놓은 ‘인적자본 저하율의 국제 비교 및 영향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층(20, 30대)의 인적자본 저하율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인적자본 저하율은 정규교육에서 쌓은 인적자본이 졸업 이후 줄어드는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인적자본 수준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16∼65세 성인의 인지적 역량을 측정한 결과를 기초로 비교했다. 한국인의 인적자본 저하율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빠르게 높아졌다. 50세 이후에는 OECD 국가 중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차지했다. 한국 학생들이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보고서는 특히 청년층인 20, 30대 인적자본 저하율이 다른 국가보다 크게 높은 점을 주목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청년층이 정규교육 이후 인적자본을 추가적으로 축적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거나 인적자본이 오히려 떨어지는 환경에 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취업할 때 자신의 능력보다 수준이 낮은 직장을 택하거나 단순노무와 같은 저숙련 직종일수록 인적자본이 줄어드는 속도도 빨랐다. 본인의 역량에 맞는 직업을 구하지 못할 경우 역량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중소기업 종사자와 대기업 종사자 사이에 인적자본 저하율의 격차가 컸다. 대·중소기업 간의 극심한 이중구조가 인적 경쟁력 격차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노동시장 전략회의에서 발표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 영향 분석 결과를 보면 원청 대기업이 100만원 변할 때 하도급 업체 임금은 6700원 변하는 데 불과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이처럼 큰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에 취업한 청년들 외에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은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세대 인력도 태부족

노동시장전략회의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력 양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한국은 SW 관련 직업이 안정성이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고급 인력이 선호하지 않는다. ETRI는 “SW 분야 인력 양성과 직업 생태계 측면이 취약하다”면서 “2018년까지 3만5000명의 인력 수요가 예상되는 SW 융합분야 인력을 집중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4차 산업혁명 적응도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12위),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 등보다도 낮은 25위에 그쳤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한국이 가진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능정보사회에 대한 준비상황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면서 “4차 산업 선도 인력 양성사업을 적극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