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밀 유출 의혹을 동시에 맡게 된 검찰이 29일 양쪽을 모두 겨냥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수사의 기계적 균형 맞추기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출발선에서는 수사 형평성을 감안한 행보를 한 것이다. 우 수석은 현직 민정수석으로서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이 된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은 수사팀 출범 첫날인 지난 24일 “수사의뢰 혹은 고발된 사건을 기본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압수수색도 예고된 범주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부동산·중장비 임대업체 ㈜정강은 이 감찰관이 수사의뢰한 우 수석의 횡령·배임 혐의와 연결되는 곳이다. 우 수석 가족이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우 수석 부인이 현 대표이사다. 우 수석 가족은 법인 자금으로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차를 리스해 이용하고, 통신비·임차료 등도 회사에 부담시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의경인 우 수석 아들(24·현재 수경)의 보직 변경 등에 상부의 청탁이나 외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도 압수수색했다.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 집무실을 포함해 차장 관용차, 부속실장 개인차량, 의경계 사무실 등에서 인사자료, 근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지난해 2월 입대한 우 수경은 같은 해 4월 15일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됐다가 두 달여 만인 7월 3일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됐다. 이상철 당시 경비부장의 운전 업무를 맡았다. 이 감찰관은 ‘부대 전입 4개월 이상, 잔여 복무기간 4개월 이상’이라는 의경 행정대원 전보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요청했다.
넥슨코리아 압수수색은 우 수석의 처가가 2011년 1300억원대 강남 부동산을 넥슨 측에 매각한 과정 역시 수사 범위에 포함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감찰관의 수사의뢰 내용에는 없었던 부분이다.
우 수석을 검찰 앞에 세운 이 감찰관도 기밀 유출 혐의로 고발돼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특별감찰관 사무실은 물론 이 감찰관과 그에게 감찰 내용을 전해들은 것으로 지목된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도 함께 압수했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에서 결정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수사팀으로서는 출범 엿새 만의 강제수사라는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우 수석 관련 의혹이 최초 제기된 지 이미 40여일이 지났다.
실제 정강 사무실은 텅 빈 것과 마찬가지 상태였다고 한다. 수사 단서가 될 만한 자료 등도 대부분 치워져 있었다. 사무실 금고를 열었던 열쇠 수리업자는 “서류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대신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디지털 증거수집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에서 제외한 것도 그의 현재 신분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향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추진할지도 미지수다. 수사팀 관계자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경우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팀이 법원 영장을 발부받아 사상 첫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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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이병주 김지훈 기자
[우병우·이석수 압수수색] 檢 수사 대비?… 정강 사무실·금고 텅 비었다
입력 2016-08-30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