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임기 절반 못 채우고 하차… ‘禹 거취’ 논란 증폭

입력 2016-08-30 00:03 수정 2016-08-30 00:57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우병우 민정수석(왼쪽) 등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날 법인자금 유용 혐의 등을 조사하기 위해 우 수석의 가족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병주 기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5개월 만에 전격 하차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 내용을 일부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청와대가 정면 비판하면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 22일엔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일주일 만에 사표를 냈다.

이 특별감찰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검찰의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인 29일 오후였다. 그는 우 수석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별감찰 대상은 우 수석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 “검찰에 넘기면 된다” 등 발언을 해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특별감찰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19일 ‘중대한 위법행위’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시민단체가 고발하면서 본인도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직속 기구이지만, 직무상으로는 독립된 지위를 가진다. 감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그가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받게 된 시점부터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의 사표 제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별감찰관은 공석이 되면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후임 감찰관 인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친인척, 청와대 수석 등을 감찰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데다 초대 감찰관이 청와대의 비판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은 전례가 있는 탓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오후 6시쯤 사무실에서 퇴근하면서 “(압수수색을 받는 상황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게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며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잘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선 적지 않은 불만도 내비쳤다. 그는 “(사표는) 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내려고 했는데, (청와대의) ‘국기 문란’ 발언 등 상황에 밀려서 내는 것 같아 보류했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이 기관(특별감찰관)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특별감찰관의 사표 제출을 계기로 우 수석의 현직 유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야당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우려 등을 제기하면서 우 수석 경질을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논평에서 “우 수석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며 우 수석 사퇴를 재차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나가라는 사람은 나가질 않고 엉뚱한 사람이 나가겠다니 답답하다”며 “임명권자가 자신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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