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3지대 합류 안해… 당 내부에서 변화 이끌 것”

입력 2016-08-30 04:04

새누리당 대권 잠룡들이 이른바 ‘중간지대론’ ‘제3지대론’의 구애를 거부했다.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 친문(친문재인) 추미애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자 정치권에선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세력과 더민주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각각 당에서 뛰쳐나와 중간지대에서 정치세력을 형성하거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연대할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정도 차이는 있었으나 새누리당 대선 후보군은 ‘중간지대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신 약속이나 한 듯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여당 유력 주자들의 거부로 ‘제3지대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수그러들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이나 연합정부(연정)론 얘기가 끊이지 않는 상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 변화 없이 친박 독주가 계속될 경우 ‘제3지대론’ ‘중간지대론’이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는 29일 중간지대론이 급부상함에 따라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잠룡 5명의 생각을 물었다.

중간지대론의 원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3명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쳐 발생한 현상”(유승민·남경필·원희룡)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각 당의 비주류들끼리 모여 ‘우리도 주류 한번 해보자’ 그 정도의 의미라 바람직하지 않게 느껴진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이 스스로 개혁하면 중간지대론자들을 오히려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탈당 가능성을 언급한 인사는 없었다. 또 ‘중간지대론자들과 머리를 맞대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여권 잠룡도 없었다. 하지만 외부 세력과의 연대에 대해 온도 차가 느껴졌다.

김 전 대표는 친박 지도부에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이정현 대표 체제가 특정 세력의 패권주의로 흐르지 않고, 새누리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라며, 이를 지켜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유 의원은 “중간지대에 합류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새누리당이 개혁보수로 변하면 중간지대의 구심력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대선에 무슨 큰 희망이 있겠느냐”며 “그래서 변화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주인이 왜 나가느냐”며 제3지대론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새누리당에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을 변화시키고 개혁시키는 것이 진짜 개혁이고 변화”라고 답했다.

원 지사는 중간지대론에 대해 “기존 정당들이 국민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며 “하지만 중간지대론이 대안이 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새누리당 안에서 이끌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시장은 중간지대론에 대해 가장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비주류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정도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움직임에 전혀 합류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들이 원하는 만큼 새누리당이 변화하고 개혁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촉매제도 많다. 개헌과 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개별 의원의 탈당이 아니라 무리지어 새 집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결국 여권 내부의 안정성은 친박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친박이 안정적으로 당을 이끈다면 중간지대론은 소멸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권 잠룡들이 개별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