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맞서 ‘핵잠수함 전력화’ 목소리

입력 2016-08-30 00:11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군에 북한 핵·미사일 등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대비책’ 마련을 주문한 것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도발이 현실적인 위협이 됐으며, 그만큼 안보상황 역시 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의 SLBM 위협 현실화에 따른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 및 방어능력도 한층 정교하고 치밀하게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핵추진 잠수함 공론화되나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성공으로 정치권에서도 핵추진 잠수함 배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 무수단미사일 발사 등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이끌어낸 것처럼 SLBM 발사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 주장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SLBM은 발사 원점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상미사일보다 더욱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원유철 의원도 “항시적으로 북한 도발을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배치해 북한의 SLBM 도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군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낮은 고도로 SLBM이 발사될 경우 이를 탐지하기 어려운 만큼 군의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핵잠수함은 수중에서 시속 30∼65㎞로 항해가 가능하고 한 차례 연료 공급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잠항 시간이 사실상 무제한인 셈이다. 따라서 북한의 잠수함 기지 또는 잠수함 이동경로를 지키고 있다가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이 출항하면 즉시 추적이 가능하다.

배치 현실화 가능성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필요성 등을 군사적으로 주장하는 분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유념해 국방부가 앞으로 전력화 등의 부분에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군 당국은 현재로선 신중한 입장이다.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 해도 20%의 고농축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데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반대가 우려되는 탓이다. 핵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연료만으로도 핵 보유를 위한 수순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2003년 핵추진 잠수함 도입 사업인 이른바 ‘362 사업’을 추진하다 외부에 알려지면서 중단했었다.

국방부는 현안보고에서 SLBM 위협에 대응해 한·미 양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고 우리 군의 대잠수함 작전능력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의 기지 계류와 발진 단계에선 킬체인(Kill-chain)을 포함한 한·미 연합전력으로 타격하고, SLBM 발사 단계에서는 한·미 탐지자산으로 미사일을 포착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으로 요격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 북한 SLBM 비행 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 구축, SLBM 발사 단계에서 포착하는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1대 추가 도입 계획도 보고했다.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 개량과 장거리·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M-SAM) 개발, 사드 배치 등도 보고에 포함됐다.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은 현안보고에 포함하지 않았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북한 SLBM 전력화 1∼3년 소요

국방부는 북한의 SLBM 전력화에 1∼3년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2014년 이후 20여 차례 지상·수중 사출시험과 비행시험 등을 통해 SLBM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며 “지난 24일 시험발사를 분석할 때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북한 SLBM은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남혁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