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온파 대립… 전교조 쪼개지나

입력 2016-08-30 00:10 수정 2016-08-30 04:00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1세대로 ‘참교육 운동’을 이끌었던 지도부 출신 일부 조합원이 현 지도부를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하며 새 노조를 결성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전교조 내부 온건파의 목소리를 담아낼 경우, 법외노조 결정으로 위기에 처한 전교조가 ‘내우외환’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노동운동 재편모임’이란 단체는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전교조가 대중성과 민주성, 진보성을 상실하며 퇴행하고 있다”며 “복수노조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교원노조의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편모임은 김은형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1∼2대), 이용관 전 정책실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재편모임에는 현재 100여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외노조라는 ‘역대급’ 위기 속에 왜 내분이 일었을까. 교육계에선 전교조 내부의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계열의 해묵은 다툼이 법외노조 투쟁 과정에서 표면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교조 측은 “계파 갈등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전교조 내 NL 계열은 다수의 온건파, PD 계열은 소수지만 선명성을 강조하는 강경파로 분류해 왔다. 현 지도부는 PD 계열이 장악했다고 본다.

전교조 내부에서는 법외노조의 단초가 된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 문제를 둘러싸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자’는 온건파와 ‘해직교사를 내칠 수 없다’는 강경파가 대립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는 강경 투쟁 노선을 선택했지만, 법원은 1, 2심에서 정부 손을 들어줬다. 재편모임 이장원 정책위원장은 “법외노조 투쟁에서 현실적 방안을 찾지 못하는 집행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실제로 둘로 쪼개질지는 미지수다. 재편모임이 NL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지만 NL의 전반적인 지지를 받는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전교조 집행부는 재편모임이 새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27일 전국 대의원대회를 열고 다른 교원노조에 가입하면 전교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약을 70.7%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재편모임이) NL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새 노조가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투쟁에 지쳐 전교조를 나온 교사들이 새 노조로 갈아타는 상황을 배제하긴 어렵다. 특히 올 연말로 예정된 위원장 선거를 계기로 계파 갈등이 더 첨예해지면 어떤 상황이 빚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