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 A업체 대표는 물건을 팔아도 40% 정도를 백화점에 자릿세 명목으로 내고 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사들이 수수료를 낮춰 7000개 업체가 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수수료가 내려가지 않았다”며 “경영 여건이 여전히 대기업에만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8명가량은 A업체 대표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규제에 대한 중소기업 CEO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76.9%가 국내 경영 환경이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거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답했다고 29일 밝혔다.
주요 원인으로는 ‘대기업의 공정경쟁 의지 부족’이 57.7%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 등 정부기관의 법 집행 의지 부족(20.7%), 법 처벌기준·적용범위 등의 실효성 부족(17.9%)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과 관련된 중소기업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는 하도급, 백화점 등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납품 수수료 등 우월적 지위 남용(54.4%)이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편취(25.3%),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침탈(16.3%)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도 높았다. 정부의 불공정 거래 규제에 대해 10명 중 5명가량(45.3%)은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실효성이 가장 없는 규제로는 일감몰아주기(53.1%)를 꼽아 상당수가 정부가 대기업 입장에 치우쳐 있다고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의 불공정 처벌 기준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의견이 45.3%나 됐다.
CEO들은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징금 등 처벌 내용·기준 강화’(68.2%)를 가장 선호했다.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중기 CEO 77% “대기업과 공정 경쟁·거래 못한다”
입력 2016-08-29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