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뒤 객실 부분만 따로 떼어낸다

입력 2016-08-30 00:37 수정 2016-08-30 17:08

정부가 세월호를 인양한 뒤 객실 부분을 따로 떼어내기로 했다. 객실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실종자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다. 세월호 유가족과 특별조사위는 선체가 훼손되면 진상규명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가 눕혀진 상태에서 객실 구역만 분리해 바로 세우는 ‘객실 직립방식’이 선체 정리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선체 정리는 선체 내 실종자를 수습하고 잔존물을 반출·처리하는 작업이다. 실종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을 최우선 목표로 선체 정리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월호는 왼쪽으로 누운 상태로 인양이 된다. 이 상태로는 내부에 진입하기가 까다로워 그동안 정부는 선체 정리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해수부는 정리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객실 직립방식을 제안한 코리아쌀베지를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세월호사고 실종자 가족, 유가족, 특조위를 대상으로 3차례 설명회를 진행했다. 유가족과 특조위는 선체 훼손에 반대하며 육상이나 수중에서 선체 전체를 바로 세울 것을 요구했다.

해수부는 지난달 27일 외부 전문가 8명이 참여하는 ‘세월호 인양선체 정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객실 직립방식 이외 방안도 검토했다. 인양 후 객실 분리 또는 선체 회전 없이 진입해 수습하는 방식(수직 진입방식), 선체 전체를 육상에서 바로 세우는 방식(육상 직립방식), 선체 전체를 수중에서 바로 세우는 방식(수중 직립방식) 등이다.

그 결과 TF는 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안전하고 신속하다고 판단했다. 객실 분리 과정에서 화물칸 상단을 절단해야 하지만 이 부분이 외벽이고 사고 당시 이미 영상으로 공개됐기 때문에 사고 원인 조사에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객실 직립방식을 통한 실종자 수습에는 60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방식들은 온전하고 신속하게 수습하기 어렵고, 선체 손상도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TF의 결론이다. 수직 진입방식은 수습작업자 진입과 화물 반출을 위해 크고 작은 구멍을 많이 뚫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체가 누워 있어 작업자가 사고를 당할 우려도 높다.

육상 직립방식은 선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선체 외벽을 절단하고 화물을 반출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해 수습에 15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선체 전체를 세우는 과정에서 객실만 회전시키는 방식보다 더 많은 와이어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객실부가 크게 손상될 우려도 제기됐다. 수중 직립방식은 선체를 일단 물에서 꺼낸 뒤 준비 작업을 하고 다시 선체를 물에 넣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상 상황이 3개월 이상 양호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유가족들을 상대로 객실 직립방식을 포함한 기술검토 결과를 설명했다.

4·16가족대책협의회는 “객실 직립방식 결정을 유보하고, 유가족·특조위와 공동으로 기술검토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다.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서는 선체를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검토했다”며 “(유가족들이 반대하더라도) 객실 구역을 분리하는 객실 직립방식으로 수습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