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금융사… 일임형 ISA 공시 수익률 무더기 오류

입력 2016-08-30 00:42

일부 금융회사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공시가 뒤죽박죽이었다. ISA의 가늠자가 되는 수익률 공시 자체를 믿어도 될지 신뢰성이 훼손됐다. 상품 출시 3개월 만에 조급히 공시를 재촉한 금융 당국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일임형 ISA 상품(MP)을 전수 점검한 결과 전체 150개 중 6개 증권사와 기업은행의 상품 47개의 공시 수익률이 금융투자협회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금감원은 협회의 수익률 산정 기준을 각 금융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상품이 기준 수익률보다 낮게 공시된 까닭에 고의로 수익률을 부풀리려 했다고 의심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47개 상품 중 절반이 넘는 25개는 수익률이 공시 기준에 따른 수익률보다 높게 공시됐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금융 당국이 실적 과시나 홍보에만 치중해 제대로 된 구조를 갖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사가 각자 수익률을 등록하도록 돼 있는 탓에 공시검증 시스템 자체가 마련된 게 없다”면서 “신뢰를 담보할 아무런 방안이 없어 실질적인 공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ISA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도입한 야심작이었다. 일본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서민층 재산 증식을 위한 상품이라며 가입을 독려했다. 1만원짜리 깡통계좌 논란도 있었지만 출시 3개월 만에 가입계좌 수 약 236만개에 가입금액도 2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한 사람이 1개 계좌만 만들어 금융회사를 옮겨 다닐 수 있도록 한 특성 때문에, 3개월마다 수익률을 공시하도록 강제한 조치가 문제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상품에 공시제도를 도입한 예가 드물지만 워낙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상품이라 이를 적용한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개주기를 3개월로 했다”면서 “향후 공시가 정착되면 주기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금감원은 후속조치로 사내 제3의 부서 검증과 외부점검 강화 등을 각 금융사에 권고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 수익률 공시 당시 IBK기업은행이 내놓은 ISA 상품 수익률이 논란이 된 뒤 이뤄졌다. 기업은행의 ‘고위험 스마트 ISA’ 상품이 금융투자협회 기준 수익률보다 약 1.47% 포인트 높은 2.05%로 공시되자 타 은행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은행은 손실을 본 고객 2686명의 계좌에 29일 총 300만원을 입금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7곳 중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모두 증권사였다. 조사를 진행한 금감원 당국자는 “은행들은 수익률 공시가 처음이라 협회 기준을 정확히 따르려 한 경향이 있었다”면서 “증권사에 비해 은행은 투자 종목 교체가 적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