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에 놓인 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이 의회에서 최후변론에 나섰다. 그는 의원들에게 “난 어떤 죄도 짓지 않았으며 날 탄핵하면 훗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를 지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탄핵 여부는 현지시간으로 이르면 30일, 늦어도 31일 판가름 날 예정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29일 상원에 출석해 30분간 탄핵의 부당함을 역설하며 안건 부결을 촉구했다. 호세프는 “탄핵 과정에서 불의의 비정함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면서 “난 헌법을 준수해 왔고 오직 나라를 위해 일해 왔다”고 호소했다. 또 군사독재 시절(1964∼1985년) 반정부 게릴라 투쟁을 벌이다 투옥과 고문을 겪었으며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호세프는 2010년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2년 넘게 지속된 경기 침체와 집권 노동자당의 부패 스캔들로 코너에 몰렸다. 지난 5월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직접적인 탄핵 사유는 2014년 대선 기간에 국영은행 자금을 공공지출로 전용하고 정부재정 회계를 조작해 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사한 혐의로 정부가 처벌받은 전력이 없어 핑계에 가깝다. 위법 행위보다는 경제실정과 집권당 부패의 책임을 물어 탄핵하는 모양새다.
30일 시작되는 표결에서 상원의원 81명 중 3분의 2인 54명이 찬성하면 호세프는 대통령직을 잃고 좌파 정권도 13년 만에 막을 내린다. 대통령직은 중도우파 미셰우 테메르(75) 대통령 권한대행이 승계해 2018년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된다.
28일 현지 신문 오 글로부는 “설문조사 결과 의원 53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는 18명에 그쳤다. 10명은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테메르 권한대행 측은 “가결에 54표가 필요한데 최소한 60표는 확보했다”며 탄핵안 통과를 자신했다. 브라질 최대 정당 민주운동당(PMDB) 대표인 테메르는 호세프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부통령이 됐지만 지난해 말부터 호세프에게 등을 돌려 탄핵 정국을 주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국 안정을 위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원이 많다. 중도 성향의 크리스토방 부아르케 의원은 “국민의 손에 선출된 대통령을 내쫓는 것은 비극이지만 호세프 정권의 남은 2년 반은 더 나쁠 것이기에 탄핵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당은 호세프의 정치적 스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2018년 대선에 다시 등판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브라질 13년 좌파정권 운명 가를 ‘최후 표결’
입력 2016-08-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