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압감이 느껴지는 별명이다. 싸움닭. 맞고 또 맞아도 겁내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두둑한 배짱에 타자들은 혀를 내두른다. 키 178㎝ 몸무게 80㎏으로 투수치고는 작은 체구지만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에 달한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18·제물포고).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타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비온 뒤 다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29일 대만 타이중 야구장.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18세 이하 한국 야구대표팀이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현지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이성열(유신고)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치국은 ‘일구이무(一球二無·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뜻)’의 정신으로 공을 뿌렸다.
박치국은 소위 말하는 ‘신세대 선수’다. 솔직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야구공을 잡았다. 야구부 유니폼이 너무 멋있어서 야구를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로 개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다. 대표팀에선 특정 동료선수와 방을 함께 쓰고 싶다고 건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치국은 올해 제물포고 에이스 투수로 활약하며 총 10승을 챙겼다. 직구와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배짱과 자신감이 좋아 공격적인 피칭을 자주 선보인다. 지난 22일에는 KBO 신인드래프트 2차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됐다. 그리고 평소 입버릇처럼 외치던 청소년 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까지 이뤘다.
야구선수로의 성장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투수로 입지를 굳혀가던 그는 원래 오버스로 투구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맞는 투구폼을 찾다보니 사이드암투수가 됐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야구뿐이었다. 더 많이 던지고 더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탈이 낫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게 부상이라지만 박치국에겐 좀 더 일찍 찾아왔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4년 팔꿈치 인대의 50%가 손상됐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팔꿈치 부상은 투수에겐 치명타다. 아직 꿈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어린 선수에게 찾아온 최대의 위기였다.
박치국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고자 이를 악물고 재활했다. 남들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재활기간이 소요된다는 팔꿈치 재활을 박치국은 단 5개월 만에 끝내 버렸다. 그 전보다 더 운동에만 집중했다. 대개 부상선수들은 재활센터에 가지만 박치국은 스스로 재활훈련을 했다. 재활에 필요한 용품까지 직접 구매할 정도였다.
위기가 지나니 악바리 근성을 발휘한 그에게 곧 기회가 찾아왔다. 팔꿈치 수술 후 오히려 구속이 늘었다. 독특한 사이드암 투구폼에 구속까지 갖추니 볼 끝이 살아났다. 왜소한 체격 때문에 생긴 콤플레스마저 털어버렸다. 이젠 프로구단에서도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되는 한국야구의 미래다. 그는 “청소년 대표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어디서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치국은 이번에 특명을 받았다. 3이닝을 집중적으로 막는 것이다. 실력이 엇비슷한 선수들이 모였기에 부담이 덜 하다. 이성열 감독은 선수들에게 훈련 내내 팀워크를 거듭 강조했다. 이 감독은 “특정 선수가 아니라 우리 선수 18명 전원이 각자 맡은 역할에 집중해 응집력을 발휘한다면 그만큼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왕이면 선수들이 이기는 방법과 이겼을 때의 희열을 느끼고 한국에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은 중국 태국 필리핀과 함께 B조에서 예선라운드를 치른다. 30일 오전 9시 30분 필리핀과 대회 첫 경기를 갖는다. A조에선 개최국 대만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이아가 슈퍼라운드 진출을 두고 다툰다. 한국과 일본, 대만이 3강을 이룬 가운데 중국이 떠오르는 다크호스다. 이 감독은 “청소년 대회인 데다 3강의 전력 차가 무의미하다.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하는 팀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지난 대회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한다. 박치국을 비롯한 3학년 선수들이 모두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출중한 전력을 갖췄다.
타이중=글·사진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우완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 “싸움닭 기질로 亞청소년야구 평정할 것”
입력 2016-08-30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