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50주년 맞은 ‘수학의 정석’ 4600만부 팔려… 에베레스트산 156개 높이

입력 2016-08-29 21:50 수정 2016-08-30 01:11

‘수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수학의 정석’이 31일 발행 50주년을 맞는다.

현 상산고 홍성대(79·왼쪽 사진) 이사장이 만 29세 때 쓴 ‘수학의 정석’(오른쪽)은 1966년 8월 31일 세상에 나왔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누적 판매량은 4600만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한 권(평균 3㎝)씩 눕혀서 쌓으면 에버레스트산(높이 8848m)의 156개 높이에 해당한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납니다. 스물일곱 살짜리가 뭘 안다고 책을 쓴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렇지만 그때 서두르지 않았다면 영원히 책을 내지 못했을 겁니다.” 홍 이사장은 “당시 젊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혼신의 힘을 다 쏟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고학(苦學)의 산물이다. 서울대 수학과에 다니던 홍 이사장은 학비를 벌고자 과외 지도와 학원 출강을 하던 중 수학 참고서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외국 자료를 모으고 새로운 문제도 만들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홍 이사장은 이 책을 통해 번 수익금으로 1981년 전북 전주에 상산고를 개교했다. 첫 졸업생 572명 가운데 49명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등 상산고는 짧은 기간에 명문고로 우뚝 섰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59명이 서울대에, 139명이 의·치·한의학 계열에 합격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수학의 정석’ 50세 생일을 앞두고 조용히 시골 학교를 돌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모교인 태인중(전북 정읍)을 시작으로 귀래중(강원), 진도중(전남) 등을 방문해 강연을 하는 한편, 서명한 ‘수학의 정석’을 선물하고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29일 “(책을 낸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다니 나 스스로도 놀랍다. 독자들이 사랑해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