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DJ 유언은 꼭 통합하라는 것” 박지원 “처음부터 내가 한방 먹었다”

입력 2016-08-29 18:23 수정 2016-08-29 21:37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 취임 인사차 방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새 당대표와 당선 축하 악수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동희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취임 인사차 찾아온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함께 협력하고 때로는 견제하면서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이 인사말엔 친문(친문재인) 일색으로 채워진 제1야당 지도부를 향한 복잡한 속내가 그대로 담겨 있다.

두 야당의 현안 공조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권 통합을 내건 추 대표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는 박 위원장 간 긴장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두 사람은 공개 발언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박 위원장은 추 대표를 정계에 입문시킨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꺼내면서 “우리는 얘기를 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면 서로 읽는 사이”라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추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 ‘꼭 통합하라는 것’이었다”며 “통합해야지 힘이 생기고 국민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을 한데 묶어 양극단 세력이라고 비판하면서 제3당의 역할을 강조해온 박 위원장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박 위원장 스스로 “처음부터 한방 먹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가 당내 비주류계 탈당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주장을 펴 왔다.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내는 등 비주류계 일탈을 종용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계파 통합을 밝힌 추 대표와 두고두고 부딪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추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을 가을 전어처럼 통통하게 살찌워서 집 나간 당원들을 다시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올해 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분당된 국민의당을 겨냥한 말이다.

두 사람은 “오늘 DJ를 뵙고 (참배하고) 왔다”(추) “추 대표가 뭐라고 했는지 물어보려고 내일 가겠다”(박) “추미애 말이 맞는다고 하실 것”(추) “그래도 대통령은 저를 더 좋아하실 것”(박)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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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