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의 괴물] ‘경찰 모니터링’있지만… 가정폭력 고리 끊기에 역부족
입력 2016-08-29 18:18 수정 2016-08-29 19:30
경기도에 사는 오지환(가명)씨는 지난 6월 28일 ‘밥을 차려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실에 있던 TV리모컨으로 아내를 수차례 때렸다. 같은 달 24일에 충북 청주의 김재범(가명)씨는 아기를 안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향해 500㎖짜리 생수병을 던지고 뺨을 때렸다. 두 가정은 모두 ‘경찰 모니터링’ A등급이다.
정부는 ‘경찰 모니터링’을 가정폭력의 고리를 끊는 핵심수단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혈연관계, 그것도 가족이라는 두꺼운 벽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감지할 만큼 예민하지 못하다. 대상자들이 모니터링 자체를 꺼리는 일도 많다.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에만 12만4537회에 이르는 가정폭력 관련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경찰이 관리하는 모니터링 대상은 지난 7월 기준으로 A등급 4587가정, B등급 8508가정이다. 방문이나 전화를 통한 관리횟수(올해 1∼7월)는 A등급 3만5235회, B등급은 4만4664회에 이른다.
‘위험’ 수준인 A등급은 최근 3년간 가정폭력으로 피해조사를 받은 경험이 2회 이상이거나 최근 1년간 경찰 신고·출동이 3회 이상인 가정이다. 경찰은 한 달에 1번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모니터링을 한다. 3개월간 가정폭력이 발생하지 않으면 A등급을 B등급으로 조정한다. ‘우려’ 수준인 B등급은 두 달에 1번 전화 또는 방문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그러나 대상자들은 모니터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정폭력 사실을 감추거나 축소하려고 한다. 피해자의 경우 경제력, 자녀 문제 등으로 가정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변현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가정폭력방지본부장은 “‘(때리는 사람이) 술만 안 마시면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는 모니터링 대상자가 많다”고 전했다.
경찰도 어려움이 많다. 서울의 한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은 “모니터링 대상자들이 ‘주변에서 보는 눈들도 있고, 이미 잊고 지낸 일인데 왜 들추느냐’는 식으로 나올 때가 많다”면서 “이런 분들은 전화 받는 것조차 싫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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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