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교조는 1세대들의 새 노조 추진 의미 되새겨야

입력 2016-08-29 18:56
1989년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촌지 추방, 학교폭력 근절, 부패사학 척결 등 참교육과 교육민주화를 내세워 학생·학부모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당시 정부가 불법단체로 규정해 1500여명의 전교조 교사를 파면·해임했지만 참교육을 위한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전교조는 출범 10년 후인 99년 합법화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편향된 이념 교육과 정치투쟁에 매몰되면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한때 10만명에 육박하던 조합원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급기야 조합원을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을 어기고 해직 교사 9명을 끝까지 껴안는 바람에 올 들어 법외(法外)노조가 됐다.

이를 보다 못한 전교조 1세대 지도부 출신 조합원 등이 새 교원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김은형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1∼2대)과 이용관 전교조 전 쟁책실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교육노동운동 재편모임’은 29일 전교조의 퇴행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새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대중성, 민주성, 진보성을 상실했으므로 초심을 되살려 교사 학생 학부모와 진정으로 소통해 모두가 성공하는 교육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올바른 지적이다. 교육 현장의 모순을 바로잡는 데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전교조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바로 초심을 잃어버린 탓이다. 그 결과 순수한 교육단체가 아닌 정치집단으로 변질됐다. 법외노조를 둘러싼 투쟁에서도 현실적 방안을 찾지 못해 고립을 자초했다. 오죽했으면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어야 할 1세대들이 사실상의 분열을 감수하고 새 길을 찾아 나섰겠는가.

물론 재편모임 규모는 작다. 회원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연내 서울지역 교원노조를 출범시킨 뒤 전국 노조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미풍으로 느껴지지만 교사들이 전교조에 실망해 조직을 떠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태풍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복수의 교원노조가 탄생하는 것도 전교조 혁신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 이제라도 전교조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시대착오적 행태를 버리고 학생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참교육을 내세웠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