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찾은 서울 여의도의 한 스튜디오. 녹음부스에 들어간 10대 소년은 마이크 앞에서 거침없는 랩을 쏟아냈다. 아마추어였지만 실력은 수준급. 랩 가사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리는 알고 있어/간절히 바라며 달려가면/못 이룰 건 절대 없단 걸 이 노래처럼/밝은 달 보며 밤새워 외치는 말/이제는 아무 문제없다고/…/내 꿈이 모두 이길 수 있단 걸/난 언제나 믿어.’
노래는 ‘2016 선물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음반에 실릴 곡이었다. ‘선물 프로젝트’는 찬양사역자와 가요계 뮤지션들이 위기청소년과 함께 음반을 제작·발표하는 프로젝트다. 이들 청소년을 위한 신앙공동체 양떼커뮤니티(대표 이요셉 전도사)가 주도하고 있다.
녹음 현장에서 만난 김관호(32·인천 은광교회) 전도사와 이현욱(40·서울 드림의교회) 집사는 지난달부터 위기청소년들을 상대로 ‘노래 레슨’을 진행한 찬양사역자였다. 김 전도사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면서 나 역시 많은 걸 배웠다. 프로젝트 제목처럼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웃었다.
“학교에 다니며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들인데, 막상 만나보니 이들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사회가 품지 못했기에 어긋난 삶을 살아왔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진짜 한국교회가 보듬어야할 다음세대는 위기청소년인 것 같아요.”
이 집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이들과 만나면 만날수록 관계가 끈끈해지고 있다. 이달 초에 내 생일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케이크를 준비해 깜짝 파티도 열어줬다”며 뿌듯해했다.
“선물 프로젝트의 슬로건이 ‘위기청소년들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입니다. 슬로건처럼 아이들에게 이 작업이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음반이 출시되면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2016 선물 프로젝트’는 지난해 발매된 동명의 음반을 잇는 후속작이다. 지난해의 경우 양떼커뮤니티 소속 아이들만 참여했는데,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양떼커뮤니티 외에도 살레시오청소년센터 강남구청소년쉼터 등에 소속된 청소년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가요계 유명 뮤지션들도 대거 동참한다. 유명 작사가 마플라이를 비롯해 작곡가 전승우 조이진, 가수 낯선 등이 힘을 보탠다. 총 7곡이 담길 음반은 오는 10월 출시된다.
음반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이요셉 전도사는 “찬양사역자나 가요계 뮤지션들, 사진이나 영상작업을 맡은 분들이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지난해 선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엄청난 보람을 느꼈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해냈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더군요. 우리의 노래가 아이들에게 ‘회복의 노래’가 됐으면 좋겠어요. 음반에 참여하지 못한 수많은 위기청소년들도 저희 노래를 듣고 힘을 냈으면 합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위기 청소년, 노래로 보듬어요”… ‘2016 선물 프로젝트’ 녹음 현장
입력 2016-08-29 21:04 수정 2016-08-29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