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배노! 생 기시게레, 오스 이흐 우거레!”(안녕하세요! 꾹꾹 밟은 후 물을 많이 주세요!)
사막에서 잘 자라는 유실수 묘목 차차르간 1000그루가 심어질 구덩이 앞에서 K-water(한국수자원공사) 봉사단원들이 현지 주민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이들은 사막화가 97% 진행 중인 몽골에 초록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227㎞ 떨어진 볼간아이막 다신칠링솜 마을 공동 조림장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 초입에 있다. 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道), 솜은 군(郡)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다.
예전에는 양,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아침이면 가축의 젖을 짜는 여인의 손길이 분주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이곳에 남은 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낮은 가시덤불 군락과 흙먼지 뿐이다.
한국의 NGO와 기업, 지방자치단체는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이곳에 공동 조림장을 만들어 생태를 복원 중이다. 또 비닐하우스 등 협업 시설과 영농교육을 지원해 마을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물로 더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추구하는 K-water는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다신칠링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봉사단은 임직원과 대학생 서포터스, 고려대 안산병원 의료진 등 총 37명으로 구성됐다. 몽골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심고 키워온 국제개발환경 NGO ‘푸른아시아’와 함께했다.
몽골은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이다. 지난 100여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0.89도 오른데 비해 몽골은 67년 사이 무려 2.1도나 올랐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2010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몽골 3000여개 강 가운데 887개, 호수 1166개, 샘 2096개가 사라졌다.
봄철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서 시작된 황사는 중국을 거치면서 유해물질을 가득 머금게 되고 이 미세먼지는 한반도를 뒤덮는다. 우리가 몽골의 사막을 푸르게 변화시키고 말라버린 강이 다시 흐르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봉사단은 조림지를 가꾸는 것 외에도 주민들을 위해 마을 공원에 정원수를 심고 벤치를 만들었다. 유목민 자녀들이 주로 생활하는 기숙사의 낡고 오래된 침대를 모두 교체해주고 밝은 LED 등 설치와 건물 내부도 페인트칠로 말끔히 단장했다.
초중고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다신칠링학교에서는 연과 탈 만들기, 부채춤, 제기차기, 한국전통 놀이체험 외 과학실험 등 다양한 교육봉사 활동을 펼쳤다. 미니 올림픽을 열어 함께 손잡고 뛰고 달리고 웃고 넘어지면서 청소년들과 하나 되는 시간도 가졌다.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크게 환영받은 건 물 사정이 어려운 이 지역에 290m 깊은 곳까지 관을 박아 맑은 물을 제공하고 초원에서 생활하는 유목민들을 위한 물차를 선물한 것이다. 식수관정 우물집 준공식 날 마을 주민들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솟아나는 것을 보며 가슴 벅차했다. 사막을 적시는 물줄기와 함께 마을 주민과 봉사단원들은 한바탕 마을 축제를 벌였다. 자신들을 위해 멀리서 온 귀한 손님들을 위해 어린이들의 말 경주인 나담 경기가 펼쳐졌고 학교체육관에서는 몽골 전통씨름 대회도 열렸다. 봉사대원들은 돼지갈비, 김치전, 잡채 등 정성껏 한국음식을 대접했다.
봉사대원들은 일교차가 심하고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역에서 의식주 모두가 불편했지만 하나같이 밝은 표정과 진심으로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주민 대표인 델게르체첵(43·여)씨는 “다신칠링솜 90년 역사 중 가장 큰 지원을 받았다. 깨끗한 우물을 개발해주고, 물차도 기증해준 K-water에 감사한다”면서 “조림사업과 영농시설 기술을 지원해주어 다신칠링솜 주민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K-water 경남서부권관리단 양예현(28·여)씨는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소통하며 주민들과 함께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침대도 함께 조립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면서 “물이 귀해 세수를 제대로 못했어도 물과 자원의 소중함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다신칠링솜=사진·글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앵글속 세상] 말라가는 땅에 생명의 나무를… 갈급한 마음엔 새 희망을 심다
입력 2016-08-29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