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양보다 質”… 中에 맞서 아프리카 시장 공략

입력 2016-08-29 04:19

‘마지막 거대 시장’인 아프리카를 두고 중국과 일본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양국 지도자들이 8개월 간격으로 직접 방문에 나서는가 하면,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물량공세’ 측면에서 중국에 뒤지는 일본은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앞세웠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막된 제6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기조연설에서 “향후 3년간 아프리카의 인프라 정비, 인재 육성 등에 300억 달러(약 33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아베는 “질 높은 아프리카를 만드는 것이 일본의 목표”라며 중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2018년까지 600억 달러(약 66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對)아프리카 투자금 규모로는 기존의 미국, 프랑스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질적 승부수를 띄운 일본은 1000만명의 고급 인재 육성, 일본 기업의 선진 생산방식 전수 등을 약속했다. 아베는 “일본 기업에는 양질을 추구하기 위해 헌신을 다하는 정신이 있다”며 “앞으로 이 힘을 아프리카에서 발휘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도요타의 ‘가이젠’(적시 생산시스템)을 아프리카에 전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의 아프리카 진출에는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아베는 아프리카 지원전략을 ‘인도·태평양 전략’이라 이름 붙이며 “아시아의 성공을 아프리카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21세기형 실크로드를 만든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아베는 “(태평양·인도양을) 힘이 아닌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 경제를 중시하는 장으로 키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특히 “2030년까지 아프리카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역으로 아프리카의 지지를 이용해 일본 역시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은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독일, 브라질, 인도 등과 ‘G4’를 결성해 활동해 왔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이 공격적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초조함을 느껴왔다. 중국은 2000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조성한 이후 일대일로 전략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지원한 케냐의 몸바사-나이로비 간 현대식 철도 공사는 이미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올해 TICAD에서 일본은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동안 일본에서 열리던 TICAD가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개최됐으며 현직 총리가 케냐를 찾은 것도 15년 만이다. 기업인 70여명이 동행한 것도 이례적이다. 반면 중·일에 비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아직 아프리카 진출이 초기 단계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연합(AU) 평화기금으로 200만 달러(약 22억2900만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양국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