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방’에 길 잃을라… 박수환 수사 조심조심

입력 2016-08-29 04:01

검찰이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박수환(58·여·사진) 대표의 정·관계 및 언론계 로비 의혹 수사 앞에서 방향과 범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4일 남상태(66·구속 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창구로 지목됐던 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구속이 수사의 시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6일 박 대표가 구속되면서 그를 둘러싼 로비 의혹 수사의 첫 단추는 꿰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후 박 대표에 대한 조사와 함께 박 대표로부터 돈을 받거나 그를 비호한 세력들에 대한 수사로 범위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첫 번째 타깃은 직접 연결고리가 드러난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민 전 행장에게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26억원 상당의 특혜성 일감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준비가 많이 됐고 (수사) 진행이 잘됐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민 전 행장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검찰은 현재 유력 일간지 간부 S씨와 박 대표의 친분관계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는 박 대표와 S씨, 민 전 행장 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26일 박 대표와 S씨가 대우조선해양이 빌린 전세기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극단적인 모럴해저드이자 부패 세력의 부도덕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S씨는 “대우조선해양의 공식 초청으로 출장 취재를 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치권, 유력 일간지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씨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의 간부인 만큼 자칫 수사에 정치적 해석이 덧씌워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도 이러한 해석을 고려한 듯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S씨가) 수사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박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범죄 혐의를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인 거론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 수사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대우조선에서 흘러나온 돈을 추적하다 혐의가 나오면 수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수사팀은 이미 전세기 관련 대우조선해양 내부 문건 등 박 대표와 S씨 관련 내용이 담긴 자료를 확보해 범죄 소지가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외부에서 얘기하는 건 얘기하는 것이고, 수사는 수사대로 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외부 영향 받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사실상 ‘로비스트’에 가까운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박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로비 의혹 수사가 의외로 빨리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의 구속영장에는 전·현직 고위 공무원, 신문사 고위 간부 등과의 친분을 내세워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해결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아간 혐의도 포함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