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는 연합과 일치, 신학교육 내실화라는 중대 과제를 안고 있다. 손인웅 김경원 이정익 박종화 목사 등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대표적 목회자 4명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좌담을 갖고 한국교회 진단 및 갱신을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이들 목회자들은 목회자 인적 자원 개발과 갱신을 통한 교회 일치·개혁을 당부했다.
<참석자>
좌담=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
실천신학대학원대 총장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
김경원 서현교회 목사
사회=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박종화 목사=연합기구는 존립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공교회적으로 대표성을 갖고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독일과 헝가리의 경우 개신교와 천주교가 각각 정부에 대표단을 파송해 정부와 대화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러 개로 기구가 분열돼 있다 보니 공교회성이 훼손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 방안을 말씀해 달라.
△손인웅 목사=만약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24개 교단이 주축이 된 교단장회의를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올해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 그래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에 희망을 줘야한다. 만약 각자 이해관계에 함몰돼 통합하지 못한다면 결국 두 기구는 작은 모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김경원 목사=결국은 기득권이 문제다. 주요 교단은 오는 9월 가을 총회에서 교단장회의가 제안한 한기총·한교연 통합안을 인준해야 한다.
△이정익 목사=이영훈 조일래 대표회장이 직접 통합 논의를 진행하면 문제가 쉽게 풀리는데 특정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이것을 가로막고 있다. 한기총 내부에 이단과 관련된 일부 회원들은 통합을 원치 않고 있으며, 한교연 다수 회원들도 기득권 상실을 우려한다. 한국교회는 ‘두 기구가 하나 되는 용단을 내려야 하며 그렇게 못한다면 교단 대표들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손=정부조차도 개신교 기구를 하나로 통합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교육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가 있는 24개 교단 외에 군소교단도 있는데, 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표를 파송하면 된다.
△박=자연스럽게 신학교 문제가 나왔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결국 목회자, 신학생, 사람 문제로 귀결된다. 한신대 졸업생으로부터 ‘진보신학을 갖고 목회 현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장은 진보나 보수가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의 장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신학교가 왜 자기 신학, 보수·진보 신학을 뛰어넘어 이론·실제를 가르치는 실천신학, 선교실천의 열린 광장이 돼야 할까.
△김=교회 연합과 일치, 목회자 자질 문제는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신학대에서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을 많이 받아들였다. 훗날 그중 일부가 치명적인 문제점을 일으키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한국교회 전체가 어렵게 됐다. 201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설문조사를 했는데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목회자 자질 문제였으며, 둘째가 교인의 삶과 신앙의 분리, 셋째가 교회분열이었다. 결국 신학교육의 문제였던 셈이다.
△이=보수적인 교단일수록 타 신학교에 진학하지 않는다. 문제는 학부에서 가르친 교수들이 대학원에서도 가르친다는 것이다. 신학생들이 정해진 사고의 범위를 지닌 스승 밑에서 배우다보니 타 신학교, 외부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다. 신학생들이 졸업해서 목회현장에 가도 그 안에서 맴돈다. 결국 신학교가 연합운동의 폐쇄성을 견고하게 하고 있다. 나는 군목 재직시절 교파는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하나 되는 경험을 했다. 실천신대 같은 초교파 목회자 재교육 기관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교파를 초월한 목회자 재교육은 미래 연합운동의 초석을 다지는 작업과 같다.
△김=보수적인 교단일수록 사고의 폭이 좁다. 폐쇄적인 자기 신학만으론 사회문제, 봉사, 복지, 통일 등 연합운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목회자를 재교육하는 초교파 신학교가 활성화된다면 목회현장에서 연합운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박=신학교에서 건전한 목회철학과 실천신학을 배우지 못하다보니 졸업 후 목회 현장에서 제멋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공교회적인 지침도 없다. 목회경험이 없는 사람이 목회학과 설교학을 가르친다는 것도 큰 문제다. 자기분야의 임상경험, 목회경험이 없이 이론만 가르치고 있다. 실천신학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 달라.
△김=의사든 교사든 재교육을 해야만 자신의 직을 유지할 수 있다. 목회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진 상황에서 과거의 신학과 목회방법론을 적용하려니 문제가 발생한다. 목회자 재교육이 절실하다. 교수들은 목회경험도 없이 학위만 받아서 신학교에 들어온다. 신학교 커리큘럼을 재조정해야 한다.
△이=신학교 입학생 100명 중 학자가 되려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 목회자가 될 사람은 신학적 지식보다는 실천신학을 강화해야 한다. 의사는 1년에 5∼6회 학회에서 재교육을 받는다. 재교육에 참석하지 않으면 최신 의술을 습득할 수 없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학회에 참석한다. 그런데 목회자들은 그렇지 않다. 강제성도 없다. 시대가 변했다. 목회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손=신학교는 교회연합을 위한 신학을 추구해야 한다. 많은 목회자들이 자기 교회에만 몰입돼 지역사회 주민 전체를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로서, 잠재적인 교인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신학교는 많은 목회자들이 잘못 갖고 있는 교회론부터 재정립시켜야 한다. 일례로 실천신대의 팀티칭(team teaching) 제도는 전임교수가 이론을 강의한 뒤 임상교수와 특임교수가 나와 자기 목회경험을 설명한다. 이후 재교육을 받는 목회자들과 3시간 넘게 세미나에 들어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목회자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게 된다.
△박=그렇다면 신학생 감소 현상 속 신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이=불교와 가톨릭도 성직자 후보생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정규 신학대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비인가 신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 신학교가 늘고 비인가 신학교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거꾸로 됐다. 입시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지원자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어졌다. 반면 무인가 신학교에선 목회자를 무분별하게 배출하고 있다.
△손=예장통합만 하더라도 정규 신학교에서 1년에 800명이 졸업하는데 이들이 갈 수 있는 자리는 200곳도 안 된다. 그렇다보니 장신대만 해도 과거 경쟁률이 5대1이 넘었지만 지금은 2대 1로 줄었다. 저출산이 원인이다. 해마다 교인과 교회수가 줄어들지만 신학교 수는 줄지 않는다. 가톨릭처럼 교단에서 전폭적으로 신학교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신학교가 학생 등록금에 의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 교단이 목회자 수급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필요한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김=총신대도 전에는 4대 1, 3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지금은 그 밑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수도권의 신학대는 괜찮지만 지방에 내려가면 미달이다. 목회학 석사과정 후보생은 교회와 노회가 추천한다. 즉 ‘이런 사람이 필요하니 교육 시켜 달라’며 신학교에 위탁교육을 부탁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개 교회와 노회가 학교경영과 학생 등록금 문제를 담당해야 한다. 등록금을 100% 지원해 사관학교식으로 운영하면서 목회자 후보생이 규정에서 벗어나면 탈락시켜야 한다.
△박=교회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과거엔 교회가 성장하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였지만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지금은 질적 신앙생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가 연합하기 위해선 교파주의를 극복하고 목회후보생 수급문제, 목회자 재교육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는 게 여러 목회자의 생각인 것 같다. 실천신대처럼 한국교회가 목회자 자질향상, 교회연합·갱신에 주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자.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목회자 좌담] “한국교회 갱신은 결국 사람 문제… 신학교육 내실화 절실”
입력 2016-08-29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