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가고 추풍(秋風)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 당에 분열주의, 지역주의, 패배주의의 악령을 없앨 추풍이 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새 당대표는 27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을 수락하며 ‘추다르크의 부활’을 알렸다. 21년 전 정계에 입문한 후 롤러코스터 같은 정치적 부침을 겪은 끝에 더민주 당수로 선출된 것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야당에 등장한 대구·경북(TK) 출신 첫 선출직 당대표다. 그는 ‘분열’ ‘패배주의’ ‘낡은 정치’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당선돼 편파적인 당 운영이 예견된다는 당 안팎의 우려는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추 대표는 1958년 대구의 가난한 세탁소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남 출신 변호사와 결혼했다. 그가 ‘대구의 딸, 호남의 며느리’라고 불리는 이유다.
정계 활동을 할수록 추 대표의 별명은 늘어났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지 2년 만에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이 생겼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거유세단장으로 대구의 지역감정에 맞서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이다. 그의 유세단은 ‘잔다르크 유세단’이라고 불렸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었다. 거리에 나가 ‘희망돼지 저금통’에 57억여원의 국민성금을 쓸어 담았다. ‘돼지엄마’라는 친근한 별명은 그때 생겼다.
하지만 2004년 그의 정치 행보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일한 ‘야권 대항마’로 꼽혔던 그는 2003년 새천년민주당에 잔류한 데 이어 이듬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추락했다. 광주에서 사죄의 ‘삼보일배’를 했지만 17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추 대표가 이번 전대에서 “정치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탄핵 찬성”이라고 반성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의 선봉에 섰던 그가 친문계의 지지에 힘입어 대표에 선출된 것은 아이러니한 점이다. 추 대표는 지난해 문 전 대표에 의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뒤 그를 지원하며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향후 ‘추미애호(號)’의 최대 과제는 따라서 ‘균형’이라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추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이제부터는 주류 비주류, 친문 비문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당 운영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이다.
당직 인선이 추 대표 ‘균형추’의 방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거라는 관측이다. 추 대표는 28일 비서실장에 계파색이 옅은 신창현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는 이번 전대에서 송영길 의원을 도왔던 윤관석 의원을 임명했다. 이어 이들과 함께 차기 지도부와 만찬을 갖고 향후 당 운영 기조를 논의했다. 현재는 주요 당직인 사무총장 자리에 정세균계인 안규백 의원과 친문계인 최재성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추 대표 등 새 대표부는 29일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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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지역·패배주의 날려버릴 秋風이 왔다”
입력 2016-08-29 00:00 수정 2016-08-29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