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8·27전당대회는 노인·여성·청년 부문 최고위원을 비롯해 지도부 전 부문을 주류가 석권하며 ‘친문(친문재인) 결사체’ 창단식을 방불케 했다. 당장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세워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장악한 새누리당과 대선 전면전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박·친문 그룹 양 극단이 여야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중간지대’ 쟁탈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대에선 추미애 새 당대표가 전체 54.03%의 지지율로 나머지 후보를 압도하며 대세론을 입증했다. 비주류 이종걸 후보가 23.89% 지지율로 김상곤 후보(22.08%)를 눌렀지만 의미를 두기엔 턱없는 성적표였다.
친문 결집은 내년 대선 후보 경선 룰 등 모든 과정에서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해찬 한명숙 후보가 조직력을 앞세운 정동영 후보에게 밀렸던 과오가 타산지석이 됐다. 야권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가 독자 지지층을 갖춘 당내 후보군에 대권 티켓을 내주는 ‘이변’을 조기 제압하려는 집념이 지도부 주류 석권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여야에 계파주의 장벽이 쌓이면서 제3지대 주도권 싸움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를 선점한 국민의당은 양대 결사체 등장으로 인한 정치영역 확대에 내심 반색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남 강진에서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과 다시 회동하는 등 중도·개혁 인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28일 총선 승리 발판인 광주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구심력을 높였다.
더민주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여야 잠룡과 회동하고 자기 주도의 야권 개편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친박도, 친문도 각자 15% 확고한 지지기반은 있지만, 그것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주류 집권 전략에 회의를 드러냈다. 그가 보여준 파괴력을 감안하면 판이 새로 짜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신임 지도부의 견제가 관건이다.
범여권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 야권 인사를 영입·접촉하고 있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내달 귀국해 개편의 한 축으로 설 예정이다. 여권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제3지대 정치실험이 국민적 호응을 얻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을 비롯, 국민의당·더민주 비주류 통합 논의도 여전하다.
8·27전대 대의원 투표율은 대세론의 영향으로 59.4%를 기록, 2012년 이후 치러진 전대 중 가장 낮았다.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28일 통화에서 “국민의당이란 또 다른 야당이 있는 상황에서 주류 강성 지도부가 들어섰다. 포용력을 보이지 못하면 야권 갈등이 표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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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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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9 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