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크게 화제가 돼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해봐야 시청률 20%를 넘기기 어렵다. 주간 시청률 10위 안에 들었다고 해도 시청률 10%를 못 넘기기 일쑤다.
방송사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 보지만 실험은 실패로 끝나는 일이 잦다. 그럼에도 성적 좋은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 건 중요한 일이다. 방송 프로그램 중 예능만큼 가성비가 높은 게 없기 때문이다. 방송국마다 파일럿 프로그램(정규 편성 전 시험용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다.
예능은 형식이 정해져 있고 출연진이 고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편을 찍기까지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데다, 필요한 예산도 예측 가능하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몇 년이고 계속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드는 품에 비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 특히 미니시리즈가 크게 성공했을 때 광고비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지속적으로 평균 이상을 해주는 예능이 방송국 입장에서는 효자”라고 말했다.
고전하는 예능 프로그램
최근 한 달 동안 시청률 1∼5위에 든 예능은 거의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1박2일’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이상 KBS), ‘무한도전’ ‘복면가왕’(이상 MBC), ‘정글의 법칙 인 뉴칼레도니아’(SBS) 등이다. ‘복면가왕’을 제외하고는 짧게는 5년, 길게는 36년이나 된 프로그램들이다.
먹방·쿡방, 육아 예능, 음악 예능처럼 최근 트렌드가 반영된 예능들은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한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육아 예능은 ‘오 마이 베이비’(SBS)가 최근 폐지되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KBS)만 남았다. 먹방·쿡방도 시들해졌고, 음악예능 ‘신의 목소리’(SBS)는 최근 종영했다.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개그콘서트’도 요즘엔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TV로 방송을 보는 연령층이 높아진 것도 트렌디한 예능의 성적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화제가 될지언정 시청률로는 연결되지 못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케이블 예능에 밀리는 경향도 계속되고 있다. ‘삼시세끼-고창편’(tvN)은 금요일 밤 늦은 시간 방송되는데도 시청률 10%를 넘기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상파 예능은 실험 중
오래 전부터 위기의식을 느껴오던 방송사들은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반전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엔 MBC가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복면가왕’ ‘마이리틀텔레비전’ 등을 건져냈다.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방송사는 SBS. SBS는 ‘동상이몽’ ‘오 마이 베이비’ 등 기대작들을 과감히 폐지했다. 대신 ‘꽃놀이패’ ‘미운우리새끼’ ‘상속자’ ‘신의 직장’ ‘디스코(셀프 디스 코믹 클럽)’ ‘스타꿀방대첩 좋아요’ ‘대타맞선프로젝트 엄마야’ ‘맨 인 블랙박스’ 등을 파일럿으로 선보였다. 관찰 예능, 일반인 참가 예능, 인터넷 방송을 접목시킨 프로그램, 스타와 가족이 함께하는 방송, 여행 예능 등 포맷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3∼5%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제목도 기억하지 못 할 만큼 빠르게 사라졌다.
파일럿 프로그램 중 최근 정규 편성된 것은 미혼남성 스타(김건모, 박수홍, 허지웅)의 어머니들이 아들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미운우리새끼’, YG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된 극과 극 여행 ‘꽃놀이패’, 사건사고를 다룬 ‘맨 인 블랙박스’ 등이다.
SBS 관계자는 “안정보다는 도전을 택했다”며 “새롭게 시도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시청률 10% 헉헉… 고전하는 지상파 예능 “그래도 가성비 최고 효자” 실험, 또 실험
입력 2016-08-29 17:43 수정 2016-08-29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