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환적 물량 최대 70% 감소 등 관련산업 17조 손실

입력 2016-08-29 00:06 수정 2016-08-29 00:23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원양 정기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상 영업이 어려워져 결국 한진해운이 파산 절차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해운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실업 사태와 함께 부산항만뿐 아니라 연관 산업인 조선 업계까지 ‘메가톤급’ 파장이 우려된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운동맹(CKYHE)에서 퇴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통 해운동맹은 가입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동반 부실을 막기 위해 자동으로 탈퇴시키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진해운은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해져 파산하게 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3위 선사였던 팬오션의 경우 법정관리에서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기도 했지만 컨테이너 부문 매출 비중이 90% 이상인 한진해운과는 상황이 달랐다”며 “현재 한진해운은 이미 법정관리 신청 시점이 한참 지날 정도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해운업계의 피해 금액은 9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항만 연관업, 무역업계까지 포함하면 2300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최대 17조원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금융기관 차입금 8800억원, 항만 및 관련 업체 미지급금 6000억원, 선박금융 5800억원 등 약 3조원대의 국내 채권이 회수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선주협회는 또 한진해운 파산 이후 화주가 중국이나 일본 선사로 물량을 돌릴 경우 연간 1000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규모인 부산항의 환적(화물을 다른 배로 옮겨 싣는 작업) 규모가 최대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한진해운 퇴출 시 부산항의 환적 수요가 약 1152억원 규모 줄고, 국내 수출입 화주들이 매년 4407억원의 운송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덩달아 미주항로 운임은 27.3%, 유럽항로 운임은 47.2% 넘게 상승하면서 수출가격도 0.7∼1.2% 오를 수 있다. 최근 한국의 교역 규모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전반에 악영향과 함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피해 규모가 큰 것은 한진해운이 국내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화물 데이터 전문 조사기관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 수출물량의 56%를 한진해운을 이용해 운송했다. LG화학은 53.8%, LG전자는 23.2%의 물량을 한진해운을 통해 수출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대비해 비상대응팀 발족과 함께 대응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하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는 국내 업체들이 다른 국내외 선박을 이용해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류대란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7위 규모의 선대를 보유한 한진해운이 퇴출될 경우 해외 해운사들이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무너진 틈을 노려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물량을 따기 위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