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신동빈 직접 추궁” vs 롯데 ‘투트랙 방어’

입력 2016-08-28 17:41 수정 2016-08-28 21:2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울음을 터뜨리며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점으로 치닫던 롯데 비리 수사가 ‘그룹 2인자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중대 기로에 섰다. 검찰은 수사의 속도 조절은 어쩔 수 없더라도, 수사의 방향과 범위는 변동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수사는 처음부터 기업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만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 없는 종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롯데 수사팀은 28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자살에 따른 수사 전략 점검과 향후 수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수사는 이 부회장 장례 일정이 끝난 뒤인 다음달 초부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총수 일가의 탈세 및 계열사 간 불법적 자산거래 등 배임 혐의 규명에 필요한 기반 다지기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관련자의 진술이 없어도 그간 확보한 증거와 기록 등으로 입증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6000억원대 탈세 혐의를 이미 파악한 상태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이 맏딸인 신영자(74·구속 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서씨의 딸 신유미(33)씨 등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차명 이전하면서 증여세 등을 고의 탈루했다는 게 핵심이다. 검찰은 자문을 맡았던 대형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하고, 소속 변호사와 회계사도 조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업 수사에서 뭐가 더 중요한가. 5000억원 탈세가 중한가, 500억원 비자금이 중한가”라며 탈세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총수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실 계열사 지원, 계열사 간 알짜 자산의 헐값 이전을 통한 재산 증식 등에 대한 수사도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이런 배임 행위에 따른 이득은 최종적으로 총수 일가에 귀속된다고 검찰은 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자살을 기점으로 롯데 측 역시 수사 대응 전략을 바꿀 공산이 크다. 핵심 기조는 ‘신동빈 지키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본부가 개입한 것으로 조사된 배임·횡령 등 혐의는 이 부회장 선에서 이뤄졌으며, 탈세 부분은 심신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이 주도했다는 방어 논리를 펼 수 있다. 이 부회장도 유서에서 “2015년 초까지 모든 결정은 총괄회장이 했다”고 적었다. 신 회장의 형사책임 소지를 피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향후 조사가 예정된 ‘롯데맨’들이 신 회장 관련 수사에 한층 더 비협조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검찰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 자살이라는 ‘오점’을 계기로 재계 쪽에서 롯데 수사에 대한 불만이나 견제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검찰이 결국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하되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그러나 수개월 기업 비리를 파헤치고 그 최종 책임자인 총수를 구속 수사하지 않는 건 수사 논리나 명분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거셀 수 있다. 검찰 한 간부는 “신 회장 수사는 지금부터가 고비이자 본 게임”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